한일 막판협상도 간극만 확인…백색국가 제외 강행할 듯

한일 외교장관이 1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결정을 하루 앞두고 양자회담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일본이 2일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각의에서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갖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했다. 일본의 결정에 따라 대국민담화 등 정부의 입장을 별도로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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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 컨벤션센터에서 45분간 양자회담했다. 김정한 아시아태평양 국장, 가나스기 겐지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통역만 배석했다.

한일 외교장관이 만난 것은 일본이 한국의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달 4일 대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처음이다.

강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이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해 아무런 확답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그런 조치(화이트리스트 제외)가 실제 내려진다면 한일 양국 관계에 올 엄중한 파장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도 “일본 측에 큰 변화가 있지 않다. 한일 양측의 간극이 아직 상당하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1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담에서 강력하게 수출규제 문제를 이야기했고 특히 화이트리스트 제외 고려를 중단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날 일본 측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일본이 2일 열리는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이 보인 미온적 태도로 미뤄봤을 때 각의 결정이 제외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해석했다.

강 장관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를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하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도 검토할 수 있음을 재차 시사했다. 강 장관은 “내일(2일) 일본의 각의 결정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로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 이유로 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운 만큼 우리도 한일 안보의 틀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수는 2일로 예상되는 한미일 3자 외교장관 회담이다. 미국이 한일 양국의 화해를 적극 중재한다면 극적으로 봉합될 여지도 있다. 다만 현재 일정상으로는 한미일 회담이 열리더라도 오전 일본 각의가 끝나고 오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재 의사를 밝혔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우리 정부는 총력 대응을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점심시간을 넘긴 12시 45분까지 2시간 15분 동안 청와대에서 일본 수출 규제 관련 관계부처 장관과 상황점검회의를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조세영 외교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점검회의는 1시간 30분 정도하는데, 오늘 같은 경우는 예상보다 오래 동안 논의가 진행됐다”며 “그만큼 관계부처 장관과 대통령 사이에도 점검할 상황이 많았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내일 상황이 생기면 어떤 방식이 됐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는 내일 일본 각의에서 백색국가 제외 결정이 나올 경우 국무회의 개최를 검토 중에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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