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소재부품 국산화 다시 시작하자 <9> '克日' 넘어 산업 핵심 경쟁력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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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우리나라를 전략물자 수출 '화이트리스트(우대국)'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의견수렴을 지난 24일 마감하고 내달 2일 각의를 거쳐 후속 조치에 나설 전망이다. 공포 후 21일이 지나면 한국은 일본의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된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이뤄지면 우리 산업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소재부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출 규제, IT 소재부품서 전방위 확산 '우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로 사용하는 폴리이미드(PI),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이어 내달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칼을 빼들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2일 각의(국무회의)를 거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공포할 전망이다. 공포 절차를 거치면 21일후 시행된다. 그간 화이트리스트에 해당하던 품목이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품목에서 수출을 제한한 것처럼 일본 정부가 작위적으로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

핵심 소재부품을 들여와 가공해 수출하는 우리나라 제조업으로서는 뼈아픈 일격이 아닐 수 없다. 전략물자관리원에 게시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통제 목록을 분석하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첨단소재, 전자, 통신, 센서, 항법 장치 등 1100여개 품목이 규제 대상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이 지난 4일부터 3개 품목에 대해서만 수출 규제를 적용해 반출을 막은 반면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면 다른 품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그만큼 큰 셈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시 감시 품목 현황을 보면 무기, 원자력, 화학무기, 생물무기, 미사일, 첨단소재, 소재가공, 항공, 전자, 전기, 통신, 센서, 항법장치, 해양 관련, 추진 장치, 민감 품목 등 15개 분야 1100여개 품목이 포함된다.

일본의 수출규제 확산이 현실화되면 전기·전자·통신, 조선 등 우리가 앞서는 분야라고 자신했던 분야도 피해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수십년간 대일적자 극복을 위해 핵심소재 국산화에 쏟았던 노력을 되짚어볼 수밖에 없게 한다.

◇'가마우지'식 산업 구조 탈피해야

우리나라의 대일 소재부품 무역적자는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2% 증가에 그쳤다. 대일 수입 의존도는 2001년 28.1%에서 지난해 16.3%로 11.8%포인트(P) 하락했다. 적자 비중은 감소했고 대일 수입의존도는 11.8%P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5.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규모로 보면 여전히 크다. 지난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545억달러, 수출은 306억달러로 23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입량은 지난해 전체 수입 5350억달러의 10%가 넘는 규모다. 특히 일본에서의 수입은 소재부품 분야에 집중돼 있다. 우리 기업이 일본의 소재와 부품을 들여와 제조 과정에 사용하는 비율이 높은 셈이다.

우리 기업이 완제품을 생산해 매출이 발생하면 그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과 소재를 생산하는 외국기업이 이득을 취하는 구조다. 이른바 물고기를 잡아도 목이 묶여 토해내야 하는 가마우지 신세에 처한 것이다.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는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철강·자동차 등 우리 산업군 상당수가 중국 등 후발주자 추격을 받으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점에서도 중요하다. 일본이 핵심 소재를 무기로 한국을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중국은 '중국제조 2025'로 우리 주력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에 200조원을 투입해 자급률을 15%에서 70%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후발주자와는 격차를 벌리고 선진국과는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우리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는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이다.

◇영세 구조 탈피·대기업 협력 필수

우리 정부는 지난 1991년부터 소재부품 국산화에 공을 들였다. 일본에서 주요 소재부품을 들여와 가공해서 수출하는 중간 가공 형태 제조업에서 탈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2001년 '부품소재산업발전특별법'을 만들어 정부 주도 육성 정책을 만들어 국산화율을 높여갔다. 그후 2017년 기준 전자부품 수출이은 2017년 세계 시장 점유율 8.66%로 세계 4위를 차지했다. 수송기계 분야에서도 3.4%로 세계 5위다. 괄목할 성장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우리가 주도한 시장이 범용 부품이란 점에 있다. 세계 시장에서 범용소재 분야는 중국 등이 생산을 확대해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핵심 소재는 소수 세계기업이 장악하는 상황이다. 탄소섬유의 경우 일본 도레이, 도호, 미즈비시 레이온 등이 세계 생산량 66%를 차지한다. 실제 우리나라가 세계 전자산업을 이끌지만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 적층세라믹콘덴서, 다이오드, 트랜지스터와 유사반도체 분야에서 핵심 소재는 일본 수입 비중이 특히 높다.

영세한 구조를 탈피하는 것도 과제다.

우리나라 소재부품기업 사업체 수는 2만8906개에 이른다. 전체 제조업(6만6758개사)의 43.3%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은 98.4%를 차지한다. 하지만 생산규모는 소재·부품·장비 전체의 50%에 불과해 아직도 영세한 수준이다. 2017년 기준 포브스가 선정한 2000대 기업 중 소재기업 수는 미국과 중국이 40개, 일본이 29개지만 한국은 7개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주요 핵심 소재를 국산화하는 한편 다양한 시장 확보의 기회로 삼아야한다고 지적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은 서로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면서도 “핵심 원천 소재부품은 (일본처럼) 기업은 물론 국가의 전략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 소재부품 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도 이를 고려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 규모의 경제 실현, 핵심 소재부품 전략적 육성 등을 위한 중장기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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