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양국 수싸움 속, 광복절·일왕즉위 등 외교변수 주목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를 둘러싼 공방이 상대 반응을 살펴보며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경제가 아닌 외교에서 촉발된 경제조치라는 점을 보면 다음달부터 이어지는 광복절과 일본정부 개각, 일왕즉위 등 외교 변수가 많다.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확정 시기가 다음 달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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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단기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수준의 소재·부품 산업 경쟁력 혁신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이번 사태에 대해 서로 신중한 '전략적' 대응을 보이고 있다. 고도의 수싸움이 동반되는 바둑 대국처럼 상대의 패를 읽고 후속 대책을 발표하는 식이다.

한일관계는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적 노림수에 따라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치밀하게 경제보복을 준비한 일본이 국제적 명분을 잃고 우왕좌왕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전략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태가 단기적으로 끝날지 장기적으로 흘러갈지는 한일 양국 정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시기도 유동적이다. 26일 발표 가능성도 있지만 아베 총리의 휴가와 강령 개정안 의견 숙려기간 등을 종합하면 다음달로 넘어갈 수 도 있다

8월 15일 광복절, 8월 말에서 9월 초로 예상되는 일본 정부 개각, 10월 21일 일왕 즉위식 등이 주요 변수다. 광복절은 한일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날이다. 이를 앞뒤에 두고 양국이 어떤 성명을 내는 가에 따라 이번 사태 역시 변곡점을 맞는다.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가 품목별 기업별 현황을 정확하게 조사하고,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함에 따라 미래 대응 전략도 세울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기업 재고 상황, 신증설 계획, 연구개발(R&D), 수입선 다변화 등 현황을 파악했다.

중장기적으론 우리 소재·부품 장비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뒤를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정부는 과거 대책 조합이 아닌 발상을 전환하는 식의 대책을 마련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 산업계도 △신뢰할 수 있고 △값싸고 △언제든지 재고 부담 없이 공급하고 △품질 신뢰성과 △합리적인 가격 △재고 부담까지 덜면서 △공급 안전성을 제공할 수 있는 일본 기업의 전략을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정부의 경쟁력 제고 방안이 소재·부품 완전 자립을 향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21세기에는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미션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폐쇄적인 수직 계열화 체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환경에 걸맞은 개방된 생태계로 나아가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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