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에너지 만들어 쓰는 녹색빌딩…탄소 배출 '0'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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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마천루인 초고층빌딩은 과거 도시 경제성장을 대변하는 랜드마크로 인식됐다. 화려하고 웅장한 초고층빌딩이 이제는 에너지를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건축물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5년 제21차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신기후변화체제인 파리협정이 채택됨에 따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를 최소화하고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에너지 먹는 하마'인 대형빌딩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됐다. 건물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는 에너지를 외부에 되팔 수 있는 제로에너지빌딩이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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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너지빌딩 개념(한국에너지공단).

제로에너지빌딩(ZEB·Zero Energy Building)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량이 균형을 이루는 건물이다. 건물 내 에너지 소비량과 자체 생산량 합이 최종적으로 '제로(0)'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단열 성능을 극대화해 건물 외피를 통해 외부로 유출되는 에너지양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 건물기능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에너지 자립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다양한 정책을 통해 제로에너지빌딩 도입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2009년부터 에너지 의무절감률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공공건축물은 2020년 이후부터, 민간건축물은 2025년 이후부터 제로에너지빌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 제로에너지빌딩 관련 인증제도로 녹색건축인증(G-SEED)과 건물에너지효율등급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녹색건축인증은 설계와 시공·유지·관리 등 전 과정에 걸쳐 에너지 절약 및 환경오염 저감에 기여한 건축물에 대한 친환경 건축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건물에너지효율등급은 중·장기적 기후 변화 에너지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건물에너지 성능을 평가하는 제도다. 제로에너지건물이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 이상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설치 △에너지 자립률 20% 이상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용적률과 건축물 높이 등 건축기준 최대 15% 완화,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지원, 주택도시 기금 대출한도 확대, 주택 건설 사업 기반 시설 기부채납 부담률 완화,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이 상용화될 경우 연간 에너지비용 최대 80% 절감이 가능해 주거비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건축 분야 신기술 개발로 해외진출을 통한 새로운 시장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30년 신축 건물의 70%가 제로에너지빌딩이 되면 온실가스 감축 및 물론 연간 10만명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예상하고 있다.

건설업계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도 제로에너지빌딩 관련 첨단 융합기술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수주물량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은 수요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태양광 발전 설비,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미세먼지 저감 시스템, 홈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등을 내놓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첨단기술이 집약돼야만 가능하다. 에너지절감과 에너지생산기술이 필요하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빌딩에서 소비되는 에너지 자체를 감축하는 패시브(Passive) 기술과 에너지 생산을 위한 액티브(Active) 기술이 있다.

패시브 기술은 기계적 냉·난방시스템이 아닌 건물 구조체 단열 및 형태를 활용해 에너지를 보존하고 절감시키는 방법이다. 제로에너지빌딩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기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패시브 기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액티브 기술을 활용해 빌딩 자체를 에너지를 소비하는 공간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공간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패시브와 액티브 기술이 합쳐져야 제로에너지빌딩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패시브와 액티브 기술을 도입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국내에선 초창기 패시브 기술 없이 액티브 공법으로만 에너지 제로를 실현시키려는 시도로 인해 제로에너지빌딩의 현실화가 지연되기도 했다.

패시브 기술을 기반으로 액티브 공법을 도입할 경우 가장 효율적이면서 경제적인 제로에너지빌딩을 구현할 수 있다. 또 건물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수집한 에너지 사용 정도를 최적화할 수 있는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제로에너지 적용 건축물이 일반 건물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이를 회수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건설사 입장에서는 섣불리 나서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 확산을 위해서는 초기 공사비 증가에 대한 부담과 어렵고 복잡한 기술 해결이 시급하다. 실제로 고비용·고성능 자재 중심 건축 설계로 일반건물 대비 건축비가 16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단지별 초기 투자비용이나 개발이익 환수 조건 등을 줄여주는 등 민간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력회사뿐만 아니라 빌딩끼리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에너지 프로슈머시장'도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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