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계 "게임장애 질병화 땐 의료 테두리 갇혀...치료 접근법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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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만 한국중독심리학회장이 게임이용장애 진단명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심리학계가 게임이용장애 치료를 위한 국내 질병코드화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질병코드화로 진단명이 설정되면 의료기관과 의료인만 치료할 수 있어 인지행동치료나 심리상담을 통한 접근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신의학계, 신경의학계에 이어 심리학계도 게임장애 국내 도입 국면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성만 한국중독심리학회장은 4일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심리적 건강함을 유지하면서 게임을 선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적절한 개입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며 “게임장애는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 기반 심리사회 서비스 개입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게임장애 진단명을 설정해 의료 분야로만 협소하게 바라보면 청소년에게 낙인을 찍을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심리사회적 모델 접근 등 다각적으로 다가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미국과 노르웨이 등은 과도한 게임사용과 관련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재활 모델 관점으로 개입하고 있다.

진단명은 치료 주체를 결정하는 중요한 항목이다. 진단명은 원인에 대한 이론인 병인론과 병의 진행과정과 생리적변화에 대해 다루는 병리론 측면에서 판단한다. 병인론과 병리론 모두 근거가 충분할 때 질병이라고 부르며 둘 중 하나만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면 장애라고 부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장애로 분류한 것도 이 같은 판단에서다.

신 학회장은 장애를 질병으로 판단해 의료 테두리에서 다루면 진단 인플리케이션, 노시보효과, 사회적 낙인, 과잉의료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행동을 병적인 수준에서 논의하면 문제 심각성과 가능성을 실제보다 더 높게 인지할 위험성이 생긴다”며 “자기 편파적인 인지부조화로 폐해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로 수렴하는 정신과 치료 위험성도 지적한다. 정신장애 치료에는 디설피람, 메타돈, 날트렉손, 부프로피온 등이 사용된다. 증상이 모두 동일한 기전에 의한 것인지도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균형 회복을 위한 심리상담이나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치료목적이더라도 약물에 장시간 노출되면 신체에 좋지 않다는 주장이다.

심리학계가 게임장애를 질병화에 반대입장을 보이는 것은 의료법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행위를 행한 경우 의료법 제90조에 의해 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또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국내에 도입되면 의료인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 통로는 차단된다. 18개소 스마트쉼센터, 6개 아이윌센터, 230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212개 꿈드림, 심리서비스 전문가 1만2000명 모두 게임장애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진다. 임상심리학자 역시 접근이 불가능해진다.

신 학회장은 “정신과 전문의 3580명이 중증정신장애인 42만명을 돌보는 데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병원 수익 때문에 겨우 3분 정도 면담하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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