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합동조사위 "제조결함·관리 부실 등 사고 요인 겹쳐"
1년 10개월 동안 총 23건에 이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가 제조 결함, 관리 부실, 설치 부주의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5.0) 기간을 6개월 연장하고 ESS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등 위축된 ESS 산업 생태계 회복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세종청사에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약 5개월에 걸쳐 조사한 ESS 화재사고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산업 생태계 경쟁력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은 “ESS 산업이 미래 신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잇따른 화재사고로 위축된 생태계 활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이를 위해 단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위는 △전기 충격에 의한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설치 부주의 △운영환경 관리 미흡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을 ESS 화재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일부 배터리 셀의 제조상 결함을 발견했지만 화재 원인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제품을 회수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ESS가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고 신성장 산업으로 적극 육성해야 하는 분야라는 점을 감안, 산업 생태계 경쟁력 회복 대책에도 초점을 맞췄다.
우선 2017년 8월 화재사고 이후 ESS 설치 중단 기간을 고려해 REC 가중치 적용 기간을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REC는 발전량이 동일하더라도 ESS를 설치할 경우 수익을 최대 5배까지 보장해 주는 일몰형 인센티브 제도다.
태양광 연계 ESS는 당초 올해 12월까지 가중치를 5.0 적용하고 내년부터 4.0으로 하향 조정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조치로 가중치 5.0이 내년 6월까지 연장된다. 풍력 연계 ESS도 내년 6월까지 가중치를 4.5 적용한다.
수요관리용 ESS는 전기요금 할인특례 기간 이월을 한국전력공사와 협의해 지원키로 했다. ESS 핵심 구성품인 배터리는 화재 위험성 낮고 효율 높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및 조기 상용화를 적극 권장하고, 전력변환장치(PCS)는 신뢰성·안전성 강화 기능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기존 ESS 보험료를 낮추는 '단체보험' 신규 도입도 추진한다. ESS 보험요율(보험한도액 대비 보험가입액)은 지난해 6월 0.23%에서 올 4월 0.88%로 상승, 화재사고로 인한 부담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단체보험을 개발하고 보험인수·수가인하 지원을 병행할 예정이다. 또 고효율 에너지 기기를 인증 받은 ESS에 투자금액 법인세 일부를 공제한다. 대기업은 3%,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5%·10%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와 함께 ESS 신규 발주가 지연되지 않도록 이달 중순 '사용 전 검사' 기준을 마련, ESS 설치 기준 개정(안)에 우선 반영키로 했다. 해외에서 수요가 확대되는 가정용 ESS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도 적극 개발한다.
ESS 업계는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세창 한국전기산업진흥회 회장은 “정부가 발표한 ESS 생태계 육성 방안은 업계가 기대하는 내용이 대부분 반영돼 ESS 산업이 활성화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업계도 ESS가 국가 핵심 에너지 신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삼화 의원(바른미래당)은 “정부는 ESS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운영·관리 제도를 개선, 추가 화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안전이 보장돼야 배터리·ESS 산업이 진정한 우리나라 대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