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금융위 투자환경 개선
정부가 '제2 벤처 붐' 열기를 기관투자가와 고액 자산가에서 일반투자자로 확산시킨다.
일반투자자도 벤처캐피털(VC)이 만든 펀드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공모창업투자조합부터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까지 유망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일반인의 투자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춘다.
13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벤처투자촉진법(이하 벤촉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중기부는 연구 용역을 통해 공모창투조합의 자본금 요건 등 벤촉법 하위 법령에 위임된 세부 사항을 확정할 방침이다.
벤촉법은 한국벤처투자조합과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으로 이원화된 VC 관련 제도를 하나로 통합하고 전문개인투자자 등록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 논의 절차에 들어갔다.
중기부는 벤촉법 시행령 제정안 마련 과정에서 공모창투조합의 자본금 등 세부 요건을 정할 계획이다. 공모창투조합은 그동안 고액 자산가와 기관투자가 등 사모 중심으로만 이뤄지던 벤처펀드를 일반투자자도 공모 형태로 투자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마치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공모 펀드처럼 VC가 직접 자금을 모집,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공모창투조합 결성을 위한 최소 자본금 요건은 80억원이 유력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기존 창투사 자본금에 비해 높은 자본 건전성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등 유관 부처가 최소 자본금 요건 기준을 80억원으로 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상 공모펀드 운용이 가능한 종합자산운용사 등록 요건 80억원을 준용했다. 현행 창투사 최소 자본금 요건인 20억원의 3~5배 수준에서 최종 기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BDC 역시 이르면 연내 도입된다. BDC는 공모창투조합과 유사하지만 상장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점이 다르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창투사 등이 우선 자금을 모아 증시에 상장한 뒤 비상장 기업을 찾아 투자한다. 일반투자자는 주식 거래하듯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해 BDC에 투자·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집합투자업 인가를 받은 VC에는 BDC 단독 운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유망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정책을 금융위와 중기부가 동시에 추진하는 셈이다. VC 역시 다양한 출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되면서 창업·벤처기업 투자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각 부처가 혁신 성장 지원을 위한 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 등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중기부는 벤촉법 제정안 마련 과정에서 금융 당국이 공모창투조합에 대한 보고와 검사에 나설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남겼지만 논쟁의 여지는 있다. 공모 절차 과정에서 심사 주체를 금융위와 중기부 어디로 할 것인가부터 공모에 따르는 공시 서식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세부 절차 마련이 필수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모에 따른 투자자 보호는 필수”라면서 “적절한 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성을 보였다. 중기부 관계자는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면밀히 살필 것”이라면서 “벤처투자 활성화와 함께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도 적극 고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