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소프트웨어(SW) 유지보수를 제조사 오라클이 아닌 전문 업체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전사자원관리(ERP) DBMS로 SAP를 택하는 등 오라클 제품 비중을 줄여 왔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SW 유지보수 전문 업체 리미니스트리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SW 유지보수 서비스는 제품 구매 후 연간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업그레이드, 보안 패치 등을 지원받는 서비스다. 현대자동차가 SW에 이어 유지보수까지 배제하면서 단순한 타진 수준을 넘어 탈(脫) 오라클 행보를 본격화한다. <본지 2018년 8월 14일자 10면 참조>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DBMS 제조사 오라클로부터 SW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오라클은 연간 SW 구매 가격의 22% 금액을 유지보수 비용으로 받는다. 현대자동차는 이번에 오라클 연간 유지보수 계약을 해지하고 SW 유지보수 전문 업체를 택했다. 리미니스트리트 등 SW 유지보수 전문 업체는 오라클 대비 평균 절반 가격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업계는 현대자동차가 탈 오라클 행보를 본격화한다고 분석한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SAP ERP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ERP 기반 DBMS를 오라클이 아닌 SAP HANA(하나)로 전환하기로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한 해 수십억원 절약하자고 유지보수 서비스를 해지한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전반적으로 오라클 제품 비중을 줄이면서 유지보수 역시 오라클 대신 전문 업체 서비스를 택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의 눈>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최근 오라클 대신 SAP 등 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채택하거나 소프트웨어(SW) 유지보수 서비스를 해지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단순한 고려 수준을 넘어 실제 집행 단계까지 이르렀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SAP ERP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ERP DBMS로 SAP HANA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제조, 유통 등 일부 대기업도 오라클 SW 유지보수 해지를 전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오라클을 떠나는 이유는 비용 절감, 디지털 전환 등 여러 이슈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 SW 유지보수 계약을 해지한 업체 관계자는 1일 “오라클 고비용 제품과 유지보수를 대체할 제품 및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오라클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줄었다”면서 “클라우드 도입 등 디지털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오라클 대신 클라우드에 적합한 다른 SW를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처럼 글로벌 대기업이 SW 유지보수 전문 업체를 택하면서 뒤를 잇는 대기업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은 중소·중견 일부 기업만 SW 유지보수 전문 업체를 택했다. 지난해 롯데 계열사(오라클 해지), 포스코(SAP 해지) 등 일부 대기업이 SAP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와 오라클 DBMS 유지보수 계약을 해지하고 SW 유지보수 전문 업체 스피니커서포트와 계약했다.
기업은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특정 SW 기업으로부터의 종속에서 벗어나려 한다. 업계는 현대자동차를 기점으로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대기업이 적극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오라클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 매출은 제품 판매와 SW 유지보수 비용으로 이뤄진다. 전체 매출 가운데 유지보수 매출 규모도 30∼40%를 차지하고 있다. SW 구매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해지하는 고객이 늘면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오라클이 최근 클라우드를 강화하고 있지만 다른 SW 기업에 비해 클라우드 대비가 늦었다”면서 “당장은 아니지만 삼성, 현대차에 이어 몇몇 대기업이 오라클 대신 다른 SW나 유지보수를 택하면 몇 년 내 국내 매출은 직격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