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은 제조업 핵심 생산설비를 공급하며 기업과 국가 제조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산업 분야다. 기술을 축적하는 데 오랜 시간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신기술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하면 오랫동안 제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 경제 파급력도 더 높일 수 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기계 국산화와 기계산업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1969년 창설됐다. 이제는 기계산업 디지털 혁신, 지능형 기계 등으로 발전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일반기계 수출 500억달러 돌파' '4년 연속 일반기계 수출 2위 달성'.
지난해 국내 일반기계산업 부문은 전년 대비 수출이 10.2% 증가한 536억달러(약 50조7600억원)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4년 연속 반도체 다음으로 많이 수출한 분야로도 꼽힌다.
이 같은 성과는 50년간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이룬 결과다.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주력산업 설비를 공급하는 핵심 기반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독일·미국 등 선진국에 의존하던 기계를 국산화하고 기계공업 중심의 공업 자립기반 구축과 고도화, 1967년 기계공업진흥법 제정, 1969년 한국기계공업진흥회 창설 등을 추진한 게 주효했다.
◇기계산업 토대된 경제개발·수출확대 전략
우리나라는 산업구조 근대화를 위해 1967년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했다. 당시 중점과제 중 화학·철강·기계공업으로 공업 고도화 기틀을 마련하고 공업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담았다. 산업 구조를 근대화하고 공업 내에서 중화학 공업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중화학공업 투자계획 비중이 60%를 상회할 정도였다.
정부는 1967년 기계공업진흥법을 신설하고 1971년까지 현 기계시설 30%를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기계공업 육성계획을 확정했다. 이 법은 20여년간 우리나라 기계공업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후 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6개 중화학공업 중점 육성계획을 마련했다. 중화학공업 육성계획은 1981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와 100억달러 수출 달성을 목표로 기계, 조선, 전자, 화학, 철강, 비철금속 등 6개 중화학공업을 중점 육성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후 장기기계공업 육성계획 일환으로 공작기계공업 육성방안도 마련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기계산업은 국가 경제발전을 이끄는 핵심 분야로 성장했다.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됐고 전문 기능인력 양성, 연구개발, 기계 국산화에 집중해 성과도 거뒀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기계산업
1980년대 주요 수출산업이 성숙해 성장이 둔화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성장 전략이 필요해졌다. 이에 기존 공업발전법을 폐지하고 산업발전법을 제정해 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담았다.
경쟁력이 뒤처진 국내 부품·소재산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도 마련했다. 2000년 한국기계산업진흥회가 부품·소재 전문기업 육성법 제정을 건의했고 이를 반영해 2001년 부품·소재 전문기업 등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공포됐다.
이 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문투자조합을 꾸려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고 공공기금과 외국인이 투자조합에 출자할 수 있게 됐다. 또 대학 교수와 국공립 연구기관 연구원이 관련 기업 임직원을 겸직할 수 있게 됐고 기업은 세제 혜택과 정책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00년에 접어들며 기계산업은 IMF 외환위기 이후 점차 안정됐다. 2002년 기계산업 총수요는 215조원을 기록해 사상 첫 200조원을 돌파했다. 2005년에는 내수가 회복해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자동차·조선 산업이 성장하면서 수출이 증가했다. 기계산업 종사자 수는 123만3200명으로 2000년 이후 5년 만에 20.2% 증가했다. 사업체 수는 4만6082개로 29.4% 늘었다.
일반기계 부문은 1988년부터 2003년까지 만성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속 성장하면서 2004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전통 주력 수출산업인 전자전기 제품군 점유율은 8.1% 감소했지만 일반기계 수출 비중은 4.2%에서 8.9%로 증가했다. 수출 점유율은 2008년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반도체를 상회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9년 현재 세계 주요 선진국은 성장 동력이 여전히 제조업에 있음을 재확인하고 이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이 먼저 시작한 '인더스트리 4.0' 전략은 국내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식되며 미래 제조업 성장 방향으로 인식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생산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제조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게 골자다. 전통 제조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공장, 스마트 서비스 플랫폼을 갖춰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일환으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추진한 산업혁신운동은 국내에 1500여개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고 기업의 공정·환경을 혁신하는 결과를 낳았다. 기존 1단계는 제조업 중심으로 추진했으나 2018년 시작한 2단계는 유통·물류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