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의 어퍼컷]5G사업자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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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업자가 동네북 신세가 됐다. 나라 전체가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로 떠들썩하지만 정작 사업자는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 간다. '퍼스트 5G'라는 명성은 거머쥐었지만 축포도 잠시, 점차 서비스 디테일에 대한 지적이 시작되면서 사업자가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요금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더니 과열 보조금 경쟁이라며 시선이 곱지 않다. 5G에 걸맞은 핵심(킬러) 콘텐츠가 없다며 '팥소 없는 찐빵'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서울 전역에서 전송 속도 테스트까지 이뤄지면서 '반쪽짜리 5G'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쓸 판이다. 하루아침에 5G 주인공에서 죄인으로 신분이 강등될 태세다.

과연 사업자만 잘못일까. 이통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주파수다. 주파수는 공공재로, 현행법에서는 정부에 분배 권한이 있다. 두 번째는 망이다. 통신 네트워크가 갖춰져야 한다. 서비스 사업자와 장비 업체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단말이다. 스마트폰 없이는 모두 무용지물이다. 제조업체가 뛰어 줘야 한다. 5G서비스는 정부, 사업자, 제조업체 등 3자의 합작품일 수밖에 없다. 역할은 다르지만 모두가 주역이다. 박수도 책임도 함께 짊어져야 하는 운명 공동체다.

복기해 보면 5G 상용화의 최대 수혜자는 정부다. 대한민국은 세계 통신 역사에서 5G서비스 '1번 국가'로 기록됐다. 당연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치적이다. 여론이 따갑다고 입을 다문다면 '세계 처음'이라는 젯밥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국에 앞서 2시간 일찍 개통했다는 자랑스러운 무용담, 대통령을 앞세워 '코리안 5G 테크 콘서트'까지 열었을 정도로 공을 들인 게 불과 엊그제 일이다.

제조업체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폰으로 확실한 5G 단말 주인공 이미지를 심어 줬다. 유일한 공급 업체로 시장을 선점, 선발 주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사업자와 공시지원금, 단말 공급과 같은 협상에서도 우위를 차지했다.

가장 억장이 무너지는 건 사업자다. 수혜는커녕 쏟아지는 비난에 대책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규제 등으로 손발이 묶여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요금과 단말 보조금, 망 품질, 고객서비스, 콘텐츠 어느 하나 녹록하지 않다. 요금과 보조금 과열 논란은 판박이처럼 되풀이되지만 모두 규제 영역이다. 인가제 구조에서 정부가 1위 사업자로 기준을 만들면 다른 사업자가 따라간다. 가격 결정권을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가져간다. 보조금도 사업자끼리 티격태격하는 모양새로 비치지만 역시 정부 입김에 따라 좌우된다.

네트워크 품질은 안타깝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막 5G 전파를 쏘아 올렸다. 준비 부족을 지적하지만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전국에 구축된 5G기지국은 8만여 개로, 4세대 롱텀에벌루션(LTE)에 비하면 10% 수준이다. 전국 서비스는 2022년이나 돼야 가능하다. 서비스 초기에 망 품질 논의는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5G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5G 시대도 과연 대표 단말이 스마트폰이 될지 확신이 안 선다. 소비자가 아닌 기업 시장에서 오히려 빛을 볼 수 있다. 네트워크가 설익은 상황에서 킬러 콘텐츠는 모두 아이디어일 뿐이다. 단지 준비하고 시도할 따름이다.

5G는 누구도 가 보지 못한 미지의 땅이다. 어떤 환경이 펼쳐질 지 예측 불가능이다. 서비스 주체인 사업자조차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손자병법에 '우직지계(迂直之計)'라는 말이 있다. 가까운 길도 때로는 돌아가야 빠른 길이라는 뜻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지만 5G는 미완성이다.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게 과제다. 완성도는 디테일이고, 디테일은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디테일을 갖추고 시간을 확보하는 건 우리 모두의 몫이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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