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딥. 경제 불황 이후 짧은 기간을 회복한 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경제는 1980년 후반에 침체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1981년 금리 인상 후 경기는 다시 하강하고 1982년 11월까지 두 번째 불황을 겪는다. 그래서 더블 딥은 더블유(W)자형 불황이라고도 불린다.
기업은 성장을 원한다.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2007년 불황이 27개월째로 들어서자 기업에는 패닉이 찾아든다. 최고경영자(CEO)들은 뭔가를 해야만 했다. 곧 회복될 거라면 투자를 해야겠지만 더블 딥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럴 수도 없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란제이 굴라티 교수와 니틴 노리아 교수에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두 사람은 불황 속에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결과는 어땠는지 분석해 보기로 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17%는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거나 합병됐다. 40%는 불황이 끝나고 3년이 지날 때까지 그 전 매출과 수익을 회복하지 못했다. 단지 9%만이 불황 시작 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터널 끝을 나선 극소수이었다.
CEO의 선택은 대개 둘 가운데 하나였다. 첫째는 '방어 본능'이다. 하방 위험과 파산을 막는 것이 최선이라고 봤다. 2008년 말 소니는 직원 1만6000명을 감원했고, 슬로바키아에 짓기로 한 액정표시장치(LCD) 공장마저 취소했다. 둘째는 '공격형'이다. 휴렛팩커드는 불황이 한참이던 2000년에 컴팩을 250억달러에 사들인다. 연구개발(R&D)은 9% 늘리고 2억달러짜리 브랜드 캠페인, 거기다 10억달러를 들여 개발도상국 인프라에 투자한다.
물론 다른 선택을 한 CEO도 있었다. 그들 가운데엔 방어와 공격에 최적 조합을 찾아려 한 이른바 실용형 또는 진화형 CEO도 있었다.
4700개 기업을 분석한 후 두 교수는 실용형과 진화형 CEO들의 손을 들어 준다. 불황 전보다 나은 모습으로 터널을 빠져나온 기업 비중을 보니 실용형과 진화형이 가장 높았다. 그렇다고 방어본능을 작동시켰거나 공격형으로 나선 기업들이 모두 실패한 것도 아니었다.
두 교수는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첫째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너무 과하게 방어하는 것도 공격하는 것도 필요가 없다. 둘째 가장 나은 실적은 방어와 공격을 적절히 섞은 기업들에서 나왔다. 물론 확률로 볼 때다. 셋째 방어 전략을 선택해야 해도 감원은 대개 결과가 좋지 못했다. 감원보다는 운영비용을 줄이고 효율화가 효과가 있었다. 넷째 공격 전략은 그 자체보다 적절한 방어 전략과 섞어야 효과가 났다. 다섯째 신시장 투자는 계속할 필요가 있다. R&D과 마케팅은 터널을 빠져나올 즈음 효과가 났다.
두 교수는 21%, 26%, 29%, 36%의 순으로 방어와 공격 일변도보다 실용형 전략과 진화형 전략이 더 낫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지극히 통계학 같은 이것에 매몰될 필요도 없다. 통계학 같다는 건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는 얘기의 다른 말이다.
그래서 두 교수는 기업 나름의 방식이 있을 거라는 단서를 우리에게 남겨둔다. 실용형과 진화형이 더 나은 성적을 거둔 것은 단지 이 전략을 택해서가 아니다. 최적의 답을 찾으려 고민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성공 경영 확률이란 이렇게 높여 가는 것 아니던가.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