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5세대(5G) 이동통신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둘러싸고 소동 아닌 소동이 벌어졌다.
우리나라가 이달 스마트폰 기반 5G 서비스 개시를 예정했다가 연기한 사이 미국 버라이즌이 다음 달 11일 스마트폰 기반 5G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버라이즌 발표에 여론은 분분했다. 우리나라에 앞서 미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버라이즌 5G 서비스는 5G 전용 스마트폰도 5G 전용 요금제도 아니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의견도 나왔다.
갑론을박 와중에 삼성전자가 다음 달 5일 세계 첫 5G 스마트폰 '갤럭시S10 5G' 출시를 발표하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 논란은 일단락됐다.
미국의 기습 발표에 역습을 당할 뻔 했지만 우리나라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 기반 5G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빠른 추격자였지만 5G에선 선도자가 될 듯하다.
물론 최초(最初)가 반드시 최고(最高)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최초가 최고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지만 최고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선언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당장 5G 서비스 지역은 제한적이고, 5G에 특화된 서비스와 콘텐츠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통사가 가상현실(VR)을 비롯해 5G를 접목시킨 프로야구 중계 서비스 등을 내놓았을 뿐이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5G는 4차 산업혁명 인프라이자 혁신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자율주행, 원격진료,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가 5G 시대에 제대로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5G 서비스 성공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선 원격진료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5G 상용화 이후에도 의사와 환자 간 원격 진료가 불가능하다. 5G를 활용한 원격 로봇 수술은 언감생심이다.
이뿐만 아니라 VR도 각종 규제로 5G 활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한다. 자칫 5G 효용성이 제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해답은 분명하다. 5G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규제로 인해 5G 활용이 제한된다면 5G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의미도 퇴색될 게 자명하다.
정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규제 혁신을 외치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구호만 내세울 게 아니라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최소한 5G 시대 규제가 5G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규제 완화의 생명은 속도와 타이밍이라고 역설했다.
5G가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 현장에 접목돼 개인의 삶과 산업을 어떻게 바꿔 놓을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시대에 뒤처진 낡은 제도를 개선함은 물론 5G 시대 성장을 위한 새로운 장을 펼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최소한 5G를 활용해서 무언가 해보려는 시도에는 일절 규제를 가하지 않겠다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이왕이면 5G 시대 5G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규제하지 않겠다는 파격과 과감함도 서슴지 않길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에 이어 세계 최고의 5G 서비스라는 영예마저 휩쓸기를 바란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