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7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동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양사가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 등으로 각자 분기 손실을 기록한 적은 있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LCD 가격 하락에 더해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까지 줄면서 양사 모두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양사가 나란히 적자를 낸 것은 삼성디스플레이가 2012년 7월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침체 골이 그 어느 때보다 깊다는 방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나란히 분기 영업손실을 낼 전망이다.
통상 1분기는 계절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하지만 올해는 LCD 가격 하락과 스마트폰 OLED 패널 수요 부진 여파가 커서 양사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2년 7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S-LCD가 합병해 새로운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후 처음 LG디스플레이와 나란히 분기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업황 악화로 2014년 1분기 800억원 손실을 기록한 적이 있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942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는 2016년 1분기에 다시 2700억원 손실을 냈다. 시황 영향이 아닌 LCD 공정에 새롭게 적용한 기술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시적으로 수율이 하락해 손실이 발생했다.
전통적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분기 흑자 기조를 꾸준히 유지했다. 다만 올해는 지난 2017년 애플에 공급할 아이폰용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한 이후 처음으로 중소형 OLED 사업에서 분기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을 중심으로 플렉시블 OLED를 안정적으로 공급했지만 지난해부터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악영향을 받았고 상반기 계절 비수기 영향까지 겹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1분기 손실 규모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증권가는 적자 폭이 최소 200억~300억원대부터 최대 5000억원대까지 이른다고 추산했다. LCD 위주 대형 사업과 OLED 위주 중소형 사업에서 모두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LCD 매출 비중이 80% 이상인 LG디스플레이는 패널 가격 하락 영향으로 1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분기에 손실이 발생하고 하반기 흑자로 돌아섰지만 올 1분기 계절 비수기 영향으로 다시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대규모 고정비가 발생하는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사업은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점차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 1분기 손실 규모를 1000억원 안팎 수준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 980억원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본 것이다.
업계는 양사가 1분기 저점을 찍고 2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양사 모두 2분기에 흑자로 전환할 지는 분석이 엇갈린다. 최근 LCD 가격이 상승했지만 상승 폭과 지속 기간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1분기 OLED 사업 적자 폭이 크면 2분기 흑자전환 여지가 적어진다. 1분기 손실 규모에 따라 2분기 실적 흐름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LCD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양사 모두 2분기 LCD 사업은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모니터와 노트북 등 프리미엄 위주 IT패널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사업 성장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패널 가격이 반등해 대형 사이즈까지 연달아 상승하면 흑자전환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S10용 플렉시블 OLED 공급이 시작돼 2분기 실적 개선 여지가 있다.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할 리지드 OLED 생산 효과도 반영될 수 있다. 다만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시험라인 조성을 위해 L8 라인 일부 가동을 중단하게 되므로 LCD TV 패널 생산량이 감소해 실적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1분기 영업이익 추이]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