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비해 중국 시스템반도체 기업은 무서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팹리스 기술 수준도 나날이 발전하면서 국내 팹리스 매출에 큰 위협이 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중국 팹리스 시장이 2017년 255억달러에서 2021년 68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에는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과 칭화유니그룹 자회사 UNISOC(유니SOC)를 필두로 1400개 이상의 팹리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1800개까지 늘어났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들은 2017년 기준 세계 팹리스 매출 비율 가운데 11%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기록했던 5%에 비해 큰 성장이다. 또 세계 50대 팹리스 기업 리스트에 11군데나 이름을 올릴 만큼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덩치뿐만 아니라 기술면에서도 이미 한국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례로 하이실리콘은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AP '기린980', 5G 모뎀칩 '발롱5000' 등을 개발해 화웨이 폴더블폰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에서도 앞서면서 국내 팹리스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해 만들었던 중저가용 칩을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장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중국의 하이실리콘 기술은 이미 삼성전자를 따라잡았을 만큼 높은 위치에 와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인적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 최근 칭화대학교, 북경대학교 등에서 공부했던 우수 학생들이 반도체 업계로 들어올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다양한 반도체 경험을 쌓았던 인재들이 중국 시장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내 경기가 둔화했지만 현지에서는 '반도체만은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중국은 현재 20%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현재 국가 단위 펀드 외에도 중국 베이징, 상하이, 톈진, 선전 등 지역별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팹리스가 시제품 칩을 만들 수 있는 MPW(멀티 프로젝트 웨이퍼) 프로젝트도 제한 없이 지원한다.
중국 현지에 거주 중인 한 업계 전문가는 “중국 시정부 한 곳이 투자하는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R&D) 비용이 우리나라 전체 투자액보다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반도체 굴기와 중국경기가 둔화됐다고 하지만 정책은 정책이고 산업은 산업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