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사의 디지털보]<5>디지털 탁족(度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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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度'라는 한자는 흔히 '법도 도'로 읽지만 '헤아리거나 측정하다'라는 의미일 때는 '탁'으로 발음한다. 이에 따라서 '度足'은 '도족'이 아니라 '탁족'으로 읽고, '발의 크기를 재다'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한비자의 탁족(度足) 고사는 이러하다.

정나라 사람이 신발을 사기에 앞서 끈으로 미리 발 크기를 재어 두었다. 이튿날 시장에 가서 신발을 사려고 할 때 발 크기를 재어 놓은 그 끈을 놓고 온 것을 알았다. 재빨리 집에 가서 끈을 가지고 다시 시장으로 왔지만 장이 파해서 결국 신발을 사지 못했다. 사람들이 왜 직접 그 자리에서 발을 재지 않았느냐고 묻자 정확히 재어 놓은 그 끈을 더 믿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고객 식별과 인증이다. 고객을 식별하거나 인증할 수 있어야 디지털 프로세스를 효율 높게 입힐 수 있다. 이 때문에 로그인 과정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겨왔다. 그러나 여기서 벗어나야만 한다. 로그인을 위해서는 복잡한 가입 절차를 통해 ID와 패스워드를 만들어야만 한다. ID는 내가 누구임을 식별하는 것, 패스워드는 내가 그 사람이 맞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신분증은 ID 기능과 사진 대조를 통한 인증 기능을 동시에 진행하는 실물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 회사의 디지털 이해 및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에 어떤 답을 하는가를 살펴보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디지털 프로세스에서 왜, 어떻게 고객을 식별하고 인증해야 하는가 하는 근원과 관련된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디지털라이제이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1. 은행, 보험사, 카드사, 렌트사 등 많은 회사의 고객은 이미 해당 회사에 등록된 고객이다. 왜 다시 인터넷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가? 우리 회사는 어떤가?

2. 홈페이지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는 '이것 아니면 저것' 방식이어야 하는가? 인증에 따라 제공 가능한 서비스 묶음을 구분하거나 일회성 인증으로 특정 페이지만 단품으로 제공하고 있는가?

3.콜센터 인증을 디지털 서비스로 전환해 줄 수 있는가? 즉 상담원의 질문에 의한 고객 인증을 살려서 별도의 로그인 없이 디지털 화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링크를 보내줄 수 있는가? 그 링크는 해당 고객의 디바이스에서만 열리고 복사해도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열리지 않는 등 보안에 문제가 없는가?

4.반복 또는 주기로 디지털 화면을 사용하는 고객과 어쩌다 한 번 문제가 있을 때만 특정 서비스 화면이 필요한 고객의 경우를 구분해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즉 고객관계관리(CRM) 관점이나 마케팅 관점이 아니라 디지털 관점의 고객 프로파일링을 하고 있는가?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위해서는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 있고, 대응책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첫째 고객의 인증을 처리하는 웹 화면의 세션 기술과 정책을 이해해야 한다. 보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편리성만 강조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링크를 제어하는 별도의 솔루션이 필요함을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축약된 URL을 리다이렉트하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보내는 링크를 효율화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

고객에게 전달된 링크는 로그인 과정 없이도 그 고객의 디바이스와 브라우저에서만 작동하도록 할 수 있어야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프로세스 설계가 가능해진다.

링크를 보내고 클릭하면 로그인하라고 한다든가 링크를 누르면 주민번호 등을 입력해야 하는 화면을 별도로 하나하나 개발해야 한다면 아직 디지털라이제이션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발을 편하게 사려고 내 발을 미리 측정해 놓은 그 끈(度)은 일시 수단이었을 뿐이다. 실제로 내 발 크기보다 그 끈이 더 정확하다고 믿는 어리석음처럼 ID와 패스워드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디지털 환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문인증, PIN 등은 ID 및 패스워드를 통과한 후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문이나 PIN으로 로그인해요”라고 우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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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덕 동양네트웍스 대표 ted.kang@tongy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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