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목소리 외면하는 정부, "SW·IT업계 선택근로제 개선 없다"

정부가 소프트웨어(SW)·정보기술(IT)서비스 업계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 요청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내년부터 300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주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의원 입법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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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체 회의 모습.

12일 고용노동부는 SW·IT서비스 업계가 줄곧 요청한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 안건에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SW·IT업계 관계자가 여러 경로를 통해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를 요청했지만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나 해외 사례 등의 근거 없이 단순히 업계 편의를 봐 달라는 논리였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정책관은 “SW 업종에 포함되는 게임업계에서 '크런치 모드' 같은 초과근로에 따른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오히려 근로시간 관리를 강화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특정 업계 사정만 헤아려 달라는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명확히 했다.

SW·IT서비스 업계는 이에 앞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선택근로제 개선 문제를 탄력근로제와 함께 다뤄 주길 요청했지만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발족 취지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제외된 바 있다.

업계는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 후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등 개선의 필요성을 지속해서 피력해 왔다. 현행 1개월 정산 기간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업종 특성상 집중근로가 불가피,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대폭 확대해야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SW·IT서비스 업계는 프로젝트 마지막 단계에 고객 요구 사항이 집중돼 평균 2~4개월 초과 근무가 발생한다. 대체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IT 프로젝트는 업무 이해도가 중요하다. 프로젝트 막판에 신규 인력이 투입되면 업무 이해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IT서비스산업협회가 회원사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유연 근로제 미도입 기업 가운데 73%가 향후 선택근로제를 도입하거나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검토 이유로는 '업종 특성상 집중근로가 필요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82%로 가장 높았다.

업계는 정부 상대로 개선 논의조차 무산되자 국회 법안 개정안 마련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정애(더불어민주당)·추경호(자유한국당)·송희경(한국당) 등 의원이 근로기준법 개정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현 상황에서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으로 단위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상·하반기 대형 IT 프로젝트 개통을 앞둔 시점이어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환경노동위원회 등 주요 국회의원실과 정치권 관계자를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개정안 통과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근로제는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선택하는 등 방식으로 하루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일정한 단위 기간 근로시간을 평균 내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도록 하는 탄력근로제와 비슷하지만 근로자 개인별로 자율적으로 시간을 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탄력근로제는 집중근로를 하더라도 1주 근로시간이 연장근로를 포함해 64시간을 넘으면 안 되지만 선택근로제는 별도의 근로시간 상한이 없다. 다만 정산 기간 평균 연장근로 시간이 1주 12시간을 넘으면 안 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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