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산업 경쟁력' 초첨 맞춘 반도체 클러스터, 앞으로 과제는

수출 1위 품목, 중국과 초격차 위해 수도권 산단 추가 건설 당위성 강조

# 정부가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한 심의 절차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성공적인 클러스터 조성과 반도체 초격차 확보를 위한 방안에 쏠린다.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정부와 산업계가 모처럼 뜻을 함께 한 프로젝트인 만큼 기대가 높고 과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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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쟁력 강화 위해 클러스터 필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산업단지 공급물량 추가 공급(특별물량)을 요청했다.

앞서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신청한 약 448만㎡(약 135만평) 부지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용인과 같은 수도권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을 제한하는 규제(공장건축 총허용량제)가 적용돼 특별물량을 받아야 한다. 이에 산업부는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른 국가적 필요성 검토를 거쳐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3차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르면 국가적 필요에 의해 중앙행정부처의 장이 요청하면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인정될 경우 국토교통부장관이 산업단지 물량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산업부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국가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도체는 수출 1위 품목으로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매우 크고, 미래시장 선점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금이 투자할 적기라고 봤다. 또 반도체 소재·장비 등 후방산업 육성을 위해 클러스터를 조성해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시너지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기존 반도체 기업과 협업, 우수한 전문인력 확보, 기존 SK하이닉스 공장과 연계성 등을 고려했을 때 수도권 남부 용인지역에 클러스터를 조성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3월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주목'

앞으로 남은 절차는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다. 심의 요청은 위원회 개최 20일 전에 해야 하기 때문에 심의는 내달 열릴 전망이다.

심의 이후에는 산업단지 지정계획 고시, 산업단지계획 승인 신청, 교통·환경·재해영향평가 및 산업단지계획 승인 등을 거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SK하이닉스 첫 공장은 이르면 2022년께 착공돼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가게 된다. 향후 총 4개 제조 공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월 최대 80만장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클러스터에는 SK하이닉스 외에도 국내외 50개 이상 반도체 협력 업체가 입주한다.

이처럼 대·중소 상생형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 민·관은 기대했다.

특히 용인은 인접한 삼성전자의 기흥·화성·평택공장, SK하이닉스 이천·청주공장, 판교 디지털밸리, 경기 남부에 집중된 협력업체를 하나로 묶어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구축할 수 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강경성 산업부 소재부품산업정책관은 “기업이 이렇게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하루하루 후발국이 추격하고 있고 지역 간 갈등 양상을 해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른 시일에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클러스터 성공 관건은…“동반성장과 인재 육성”

전문가들은 클러스터 조성 목표가 달성되려면 과제가 적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우선 SK하이닉스의 동반성장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재근 한양대학교 교수는 “같은 클러스터 내에 있으면 단지 밖에 있는 것보다 엔지니어들이 서로 회사에 방문하기 쉽고, 결국 공동 개발과 같은 시너지를 발휘하기가 용이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이런 시너지를 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SK하이닉스의 의지”라고 말했다.

반도체 신공정과 관련된 소재·부품·장비를 공동 개발하거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제품은 국산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이자 소자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SK는 최태원 회장부터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은 되지 않는다”고 덧붙이며 “중국 추격이 가시화되고 있는 이 때 반도체 클러스터가 큰 경쟁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상진 명지대 전자공학과 교수도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집단지성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협력으로 동아줄을 보다 굵게 만들면 SK하이닉스도 경쟁력이 향상된다”고 전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자체에 그치지 않고 우수 인력을 어떻게 양성해 경쟁력을 높일 것인 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용호 한양대 교수는 “기업은 연구개발(R&D)이 중요한 데 현재 학령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막상 닥쳤을 때 대비하고 준비하려면 늦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반도체 분야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결국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고 앞으로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운영할 부분을 생각해서라도 우수 인재를 지속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며 “이제는 정말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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