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사와 장비사 모두 중국 수출을 확대해야 합니다. 보호할만한 핵심기술은 국가가 보호하되, 장비는 패널과 장비사 간 충분한 대화와 협의로 수출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OLED 장비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놓고 패널사와 장비사 간 갈등을 빚는 모양새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장비 협력사 톱텍이 OLED 장비 기술을 무단으로 중국에 수출하고 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OLED 장비 수출 자체를 제한하는 효과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사장은 18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연구조합 정기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최근 OLED 장비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야 한다는 제안을 놓고 장비사와 패널사간 입장이 달라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었다. 장비 기업은 국가핵심기술로 OLED 장비와 모듈설비가 지정되면 실질적인 수출 제한 효과가 발생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패널사간에도 찬반 입장이 달랐다.
이 사장은 “국가핵심기술 개정을 놓고 장비사와 패널사간 입장이 다르다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각 기업이 보호를 원하는 핵심기술이 각기 있고 이 기술을 반영한 OLED 장비를 수출하려는 수요가 있다면 해당 기업간 의견을 조율하고 대화해 기술을 보호하면서도 충분히 중국 수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널-장비사간 비밀유지계약(NDA) 등은 준수하되 의견을 조율해 수출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도 “OLED 장비가 아닌 핵심기술 유출을 막자는게 취지”라며 OLED 장비 수출은 최대한 지원하고 규제가 될 요소는 최소화하자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내에 산업부, 국가정보원, 패널·장비·소재 기업 등이 참여하는 정보보호협의회를 별도로 꾸리기도 했다.
협회는 이날 총회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원천기술과 공정·장비·소재 기술을 강화하기 위한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 사업을 확정했다. 또 디스플레이 중견·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디스플레이 전문펀드' 조성도 새롭게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부터 2025년까지 총 5281억원 규모인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 사업이 닻을 올린다. 충남 천안테크노파크에 2020년까지 2세대 규격 디스플레이 혁신공정센터를 구축하고, 2021년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연구개발 과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디스플레이 제조혁신 2025' 전략도 추진한다. 충남 혁신공정센터를 중심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이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 혁신 공정·소재 기술과 차세대 융복합 기술을 개발한다.
올해 사업은 국고, 지방비 등을 합쳐 총 124억4700만원 규모로 출발한다. 내년은 1494억원, 2021년 691억원 규모로 추진한다.
이 외에 OLED 핵심부품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 사업도 시작한다. 증착·세정 등 장비 부문에서 핵심부품 9종을 개발해 사업화하고 성능평가를 지원한다.
'디스플레이 전문펀드' 조성도 준비한다. 반도체 업계에서 소자·장비·재료 기업 등이 참여하는 반도체 전문펀드를 운영하고 있으나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전문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전문 펀드로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전·후방 기업에 투자해 인력 양성과 부품·소재 국산화 효과를 제고하고 산업 질적 성장을 유도할 방침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기술 연구개발 사업에 공동 투자하고 융복합 제품을 조기 상용화하는데 전문 펀드를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는 9월까지 컨설팅을 거쳐 펀드 지배구조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4분기 중 펀드 투자자, 펀드 사무국, 정부기관, 운용사 등 유관 기관과 실제 협력에 나설 방침이다.
2020년 IMID 전시회와 학술대회를 통합 개최하기 위한 준비도 시작한다. 디스플레이 선도국가 위상을 높이고 전시회 국제화와 전문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