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국이 만드는 'ICT 신도시'...80% 세금감면, 100억위안 펀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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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정부는 국내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벤처 인증 자격을 모두 박탈했다. 이로 인해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해 자금까지 조성한 이들 거래소 미래 사업은 무기한 연기됐다.

블록체인 실증사례도 찾을 수가 없다. 벤처캐피털(VC) 투자도 불가능하고 은행은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사행성' 낙인을 찍었다. 전문 기술인력마저 해외로 빠져나간다.

블록체인은 물론 게임, 인터넷 등 한국 대표 미래 산업이 각종 정부 규제에 가로막혀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에 최근 중국은 파격적인 기업 인센티브 정책을 담은 'RSC 특구' 실행 계획을 내놨다. 내용이 한국 기업에겐 다소 충격적이다. 특히 그간 블록체인 산업에 규제 일변도로 대응했던 중국 정부가 다양한 지원방안을 수립하고 관련 인력과 기업 유치에 뛰어든 것에 주목해야 한다. 게임, 전자상거래, 부품소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래 산업을 사슬로 묶는 ICT 통합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중장기로는 이 기술과 사업을 모두 블록체인으로 구현하고 융합하겠다는 청사진도 엿보인다.

본지가 입수한 RSC 세부 계획을 살펴보면 과연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수립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파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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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 텐센트, 화웨이까지 속속 신도시 입성

RSC는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시에 위치한 자유무역 특구다. 중국 내륙의 대도시와는 차별화된 강점(환경, 정책, 정부)을 바탕으로 비즈니스와 여가, 교육, 의료 등 일체형 도시(Micro City)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하이커우시 주요 지역과 15분 생활권 내에 사업, 가정, 건강이 균형을 이루기 위한 환경을 제공한다. 언뜻 보면 부유층이 사는 도시 정도로 여길 수 있지만, 이 RSC는 첨단 정보기술(IT)과 기업을 한곳에 집대성하고 이를 모두 묶어 새로운 시너지와 산업을 만들어내겠다는 중국 정부의 거대 프로젝트다. 그 한 축이 블록체인 산업이다.

중국 하이난성은 지난해 9월 30일, 중대 발표를 했다.

하이난성 공신청이 RSC에 블록체인 특구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그간 암호화폐거래 금지 등 블록체인 산업에 규제로 일관했던 중국 정부가 사실상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출사표였다. 이미 중국 최대 블록체인 기업 후오비그룹이 본사를 이전했다.

이미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한 텐센트, 바이두, 화웨이도 입주를 완료하는 등 3439개 기업과 1만4000여명의 IT인력이 RSC 특구에 둥지를 틀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약 300억위안(5조원)을 신규 투자해 약 1652만㎡(500만평)에 달하는 산업신도시를 조성한다.

RSC 특구에 입주한 기업 총 예상 수익은 500억위안(8조원)에 달한다. 중국은 이를 통해 누적 세수 약 100억위안(1조6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특구관리기관, 지방 주요 부서 인증을 통해 기업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에 대해 기업장려금(세금감면) 제도를 도입했다. 연간 세금납부액이 500만위안(8억원)인 기업의 경우 80%까지 기업장려금으로 세금을 돌려받는다.

또 기업 급여와 용역으로 납부하는 개인소득세도 전액 보상해주고, 기업 연간 수취 세금 지방 공유분이 500만위안 이상이면 3명 직원 급여와 임원, 기술개발자 개인소득세도 100% 보존해준다. 정보서비스 관련 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별도 세금 유형을 산정, 집행한다. 특구 특별 정책에 따라 자영업자에게 종합 세율 4.8%(부가가치세 3%+소득세 1.5%+기타 세금 0.3%)만 부과한다.

◇별장 증여에 100억위안 펀드 조성 지원

우수 IT인재 영입을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 대책도 포함했다. 사회보험, 임대주택, 특구 내 기숙사 임대 보조금 등을 지원한다.

우선 인터넷 기업 전일제 학부, 그 이상 학력자가 정상적으로 세납신고를 하면 납부분의 50%를 1년에 1회씩 최대 3년간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기업, 개인 모두에게 지급한다.

고급 인력, 핵심 인력, 인터넷 기업에서 3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주택구입의 절반을 지원하고 특구 내 기숙사 입주 시에도 임대 보조금을 지원해준다.

중국 정부는 RSC 인재 양성 일환으로 이색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00만 인재를 해남으로! 내가 바로 100만 인재 계획의 창시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파격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했다.

특구에서 선정한 리더형창립자상에 선정되면 300㎡ 규모 별장 1채를 증여해준다. 선두형창립자상은 150㎡ 별장을, 성장형창립자상은 150㎡ 연립주택을 증여한다. 5년 이상 근무하면 본인 재산이 된다.

'ReLife 상'도 있다. 선정되면 개인 전속 클라우드 비서를 배치, 창립자와 가족 생활 서비스를 돌봐준다. 하이난성 최고 병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자녀들은 자유롭게 지역 내 학교를 선택,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받는다.

그 외에도 기업 발전 단계에 따라 100억위안(1조6000억원) 규모 하이난 인터넷 산업투자 기금을 지급해준다. 기업을 위한 인재풀을 지원하고 정부에서 구매한 프로젝트와 동일한 사업 기회를 준다.

◇블록체인 개방한 중국, 벼랑 끝 한국

RSC는 최첨단 IT 선점과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하나의 핵심 분야가 블록체인이다. 그간 규제 일변으로 한국과 목소리를 같이 냈던 중국이 반도체에 이어 블록체인 굴기를 시작한 것이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SK하이닉스 용인, 삼성전자 수원 반도체 벨트와 같은 연구개발(R&D) 특구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후오비그룹이 중국 정부와 제휴해 하이난성에 10억달러 규모 펀드 조성과 블록체인연구소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바이두, 텐센트, 화웨이 등과 블록체인 기반 신사업 협업체계를 구축할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은 제주특별자치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블록체인 특구를 추진 중이지만 중앙정부의 규제 정책 등에 막혀 추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정된 공간의 블록체인 실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현재 제주도청은 올 상반기 블록체인 특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로 암호화폐공개(ICO) 기업이 해외에 내는 세금만 천문학적인 규모”라며 “조속히 특구를 지정해 이를 지역 인프라 등과 연결, 직접 경제 효과를 촉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형준 제주스타트업협회장은 “그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여러 미래 아이템이 있었지만 유인책이 없었다”며 “블록체인 만큼은 한국이 선두주자로 치고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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