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올해 D램용 EUV 양산 설비 도입…'D램 초격차 벌린다'

미세공정 한계 극복할 노광기술...D램에 첫 적용해 경쟁력 확보

삼성전자가 차세대 D램 양산을 위해 올해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한다. D램 초격차 전략을 가동하는 셈이다. EUV는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노광 기술이다. D램에 EUV를 적용하는 건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D램용 EUV 양산 설비를 올해 안에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EUV 장비 제조업체인 ASML을 통해 언급됐다.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에 EUV 장비를 30대 공급할 계획”이라면서 “이 가운데에는 D램 메모리 고객사에 전달할 최초의 양산 설비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ASML은 고객사를 특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유력하다. 삼성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파운드리에 EUV를 적용했고, EUV 공정 기반으로 차세대 D램을 개발해 왔다.

삼성전자 D램 경쟁 관계에 있는 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완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에 EUV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혀 올해 EUV 양산 설비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삼성은 지난해 2월부터 평택에 D램용 EUV 라인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D램 EUV 가동은 설비 입고 뒤 올해 말이나 2020년 초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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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항공사진.

EUV를 활용한 D램 양산은 세계 최초로 시도된다. 양산에 성공하면 세계 1위 D램 업체인 삼성전자가 차세대 D램 시장에서도 앞서 나갈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EUV는 반도체 미세화를 구현할 차세대 노광 기술로 꼽힌다. 웨이퍼 위에 특정 광원을 쏘아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게 노광(포토) 공정이다. 지금까지 노광에는 불화아르곤이 광원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반도체 회로가 10나노 이하로 설계되면서 기존의 노광 기술은 한계에 이르렀다.

불화아르곤으로는 더 이상 미세 회로를 그려 넣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새롭게 고안된 것이 EUV다. EUV는 불화아르곤보다 파장 길이가 14분의 1에 불과하다. 더욱 세밀한 반도체 회로 패턴 구현에 적합하다. 여기에 EUV는 복잡한 멀티패터닝 공정도 줄일 수 있어 반도체 고성능화와 생산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다만 막대한 투자가 들고 기술 난도가 높다. 양산에 성공할 경우 그만큼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ASML 관계자는 “EUV는 미세화뿐만 아니라 공정 단순화 효과가 있다”면서 “EUV로 현재 구현하려는 공정은 중앙처리장치(CPU)의 경우 7나노이며, D램에서는 10나노 중반 공정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2016년 2월 '1x 나노(10나노급 1세대) 8Gb D램'을 양산하면서 10나노급 D램 시대를 본격 열었다. 이후 21개월이 지난 2017년 12월에는 2세대 10나노급 D램(1y)을 양산했다. 삼성이 EUV를 통해 차세대 D램 양산에도 성공, 주도권을 이어 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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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의 EUV 장비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