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중소기업 아이디어를 탈취한 현대자동차에 피해배상과 생산·사용 중지 등을 시정권고 했다.
특허청은 현대자동차가 미생물 이용 악취제거 전문 업체 비제이씨 실험 결과를 도용해 미생물제를 개발했다고 보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 배상과 생산·사용·중지, 폐기를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사 결과 현대자동차는 비제이씨의 미생물제와 악취저감 실험 결과를 비제이씨 동의 없이 경북대에 전달해 새로운 미생물제를 개발하게 했다. 또 이를 현대자동차·경북대 공동특허로 등록하고 개발한 미생물제를 도장부스에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청은 악취저감 실험에 사용된 비제이씨의 미생물제가 현대자동차 공장에 적합하도록 맞춤형으로 주분·제조된 제품(OE++, FM++)으로, 시중 판매 제품(OE, FM)과 구성과 용도가 전혀 다르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대자동차 도장공장 환경에서 적합성 실험을 거친 이후 공급한 제품으로 비제이씨의 악취저감 경험과 노하우가 집적된 결과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비제이씨는 실험으로 현대자동차 도장공장의 악취원인이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물질도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현대자동차가 이 실험결과를 경북대에 넘기면서 악취 원인을 찾는 시간과 비용,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경북대가 개발한 미생물제를 구성하는 8종의 VOC 분해 미생물에는 현대자동차가 무단으로 넘긴 비제이씨의 미생물 5종이 포함돼 있다. 산학연구 보고서에는 분해성능이 좋은 비제이씨 미생물을 추가해 새로운 미생물제를 제조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대자동차는 경북대가 새로운 미생물제를 개발하면서 2004년부터 비제이씨와 맺었던 거래관계를 2015년 끊었다. 게다가 비제이씨가 문제를 제기하고 분쟁을 시작하자 다른 화학제품 납품 계약도 지난해 중단했다.
최철승 특허청 산업재산조사과장은 “이 사건은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시행이후 특허청이 기술·아이디어 탈취에 대해 결론을 내린 첫 번째 시정권고 사례”라면서 “권고사항이라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민사소송 등에 활용하면 기관이 인정한 증거로서 피해배상의 길이 더욱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경북대 산학연구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참고를 위한 것이지 도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