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계 제조업계 디지털 역량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와 전자신문이 국내 기계기업 48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산설비 디지털화 수준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다. 이 조사에서 '실시간 생산정보를 데이터로 집계해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곳은 전체 9.3%에 불과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원자재 입고부터 완제품까지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해 유연생산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곳도 1.6%에 그쳤다.
정부가 최근 스마트공장 3만개 보급을 골자로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 혁신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독일, 미국, 일본, 중국 등 제조산업 경쟁국이 '디지털 제조 혁신'에서 앞서 가는 사이 한국만 뒤처진다는 비판이 높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중소 제조업체가 처한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응답업체 가운데 93.2%가 생산설비 디지털화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디지털 투자를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 기업이 37.4%로 가장 많았다. 디지털 투자로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은 알지만, 당장 돈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 '스마트 제조 혁신'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미국 경우 자본시장이 발달해 민간 투자유치가 활발하다. 디지털 혁신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득하면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반면에 일본이나 중국은 정부 정책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제조 2025' 전략 아래 천문학적인 국가 보조금을 쏟아 붓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본시장보다 정책 자금투입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문제는 빠듯한 정부 예산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자본시장과 매칭 펀드를 만들거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저리 대출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가 '제조업 혁신'에서 진정한 성과를 거두려면 기업이 가장 아쉬워하는 자금 문제부터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핵심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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