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혐의 톱텍, 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나

디스플레이 장비기업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 특허 기술로 제작한 장비를 중국에 무단 판매한 혐의에 대해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중국에 장비를 판매하려고 위장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검찰 해석에 대해 '중국 사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선택'이라는 주장도 나와 향후 재판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달 29일 톱텍은 삼성디스플레이 특허 기술이 반영된 3D 라미네이션 장비와 관련 기술을 중국에 무단 판매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디스플레이와 비밀유지 계약을 맺은 장비를 무단으로 중국 경쟁사에 판매했고, 관련 기술 도면 등을 중국에 넘겼으며, 이를 위해 위장회사를 설립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톱텍은 삼성디스플레이 기술이 아닌 자사가 직접 개발한 기술 제품을 수출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 기술을 유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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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특히 톱텍이 위장기업을 설립하고 위장 간판을 단 협력사에서 장비를 제조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정상 경로로 제품을 제조·수출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장비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사업을 하려면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모 장비기업 대표는 “중국에 수출하는 장비기업 중 페이퍼컴퍼니가 없는 회사는 없다”고 단언했다. 중국 사업을 수주하려면 로비를 할 수밖에 없는 현지 관행이 있기 때문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장비기업 대표는 “만약 로비 사실이 적발되면 글로벌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은 물론 해외 대형기업까지 쉬쉬하며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지 사업을 위해 직접 현지법인을 만들거나 현지 대행업체와 계약하는 것과 별도로 페이퍼컴퍼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비밀유지 계약이 체결된 특허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특히 국내 대기업이 비밀유지 계약을 비롯해 수출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성장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비밀유지 계약이 끝나도, 다른 기술과 스펙을 적용한 장비여도 국내외 경쟁사에 판매하는 것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과거보다 해외사업 제약이 많이 사라졌지만 국내 고객사 비중이 큰 만큼 알아서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특허 기술을 사용해 장비를 제작했지만 단순히 삼성의 기술만 적용됐다고 보기 힘들 수 있다”며 “고객사와 협력사가 함께 장비를 개발할 때 누가 더 기여를 많이 했는지 논란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2012년 AP시스템이 기술유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례에 주목했다. 당시 AP시스템은 입찰 제안서 일부에 주요 기술 내용이 담겼다는 혐의로 대표 등 임원 5명이 불구속 기소됐었다.

모 장비기업 대표는 “장비회사는 해외 수출을 해야 살 수 있지만 항상 국내 고객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기술유출 오해를 받아 회사를 폐업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억울한 사례도 있는 만큼 추후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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