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벤처캐피털 8000억에 증권사 등 합치면 사상 첫 1조 돌파
올해 국내 바이오 투자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산업을 통틀어 가장 많은 돈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털 외에 증권사, 신기술금융사 투자까지 합치면 사상 첫 '1조원' 돌파도 예상된다.
21일 바이오, 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바이오·의료 벤처캐피털 투자는 8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 통신 등을 넘어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벤처캐피탈협회가 집계한 올 3분기까지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는 6271억원이다. ICT 서비스 5585억원, 유통·서비스 3842억원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지난해 9월과 비교, 약 2.5배 늘었다. 지난해 전체 투자자금(3788억원)도 이미 넘었다.
4분기 투자까지 합치면 최대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기업 기술특례상장이 예고되고 연말 막바지 투자도 1500억~2000억원이 예상된다. 최근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처로 떠오른 증권사와 신기술금융사 투자까지 합산하면 올해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바이오에 몰릴 것으로 내다보인다.
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는 “올해는 바이오 기업 코스닥 상장이 줄을 이었고, 임상시험 실패 등 내·외부 충격이 적어 투자자금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라면서 “증권사나 신기술금융사 등도 바이오 분야 투자를 강화하면서 처음으로 총 투자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바이오 기업 가운데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곳은 엔지켐생명과학, 오스테오닉,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등 총 8곳이다.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총 46개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했다. 전체 기술특례상장 기업 가운데 80%가 넘는다.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이 오랜 R&D를 거쳐 상업화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투자금이 몰렸다. 바이오텍 중심으로 면역항암제, 유전자 치료제 등 사업 영역에 집중해서 투자 매력을 높였다. 최근 374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와이바이오로직스도 단일,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개발을 내세웠다. 제넥신과 관계사인 네오이뮨텍도 3세대 면역항암제 개발에 4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가 다소 저조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도 헬스커넥트가 업계 최대 규모인 175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바이오·의료 분야는 전통 유망 산업을 넘어 '투자 1순위'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 3분기 기준 바이오·의료는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금액(2조5511억원) 가운데 24.6%에 이른다. 미국, 유럽 등 바이오 선진국에서 바이오 투자 비중이 30%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투자 비중으로는 선진국 수준에 올라선다.
내년에도 투자 기조는 이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바이오 업계 R&D 자산화 논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악재가 있었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바이로메드, 신라젠 등 유전자 치료제 개발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 결과가 가시화되면서 바이오 분야 기대치를 더 높이고 있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올해 바이오업계 회계 이슈는 기술 문제라기보다 외부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바이오 투자를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유전자 치료제 등 우리나라가 처음 시도하는 영역에서 임상3상 결과 발표가 이어지면서 시장 기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내년에도 투자 기조는 이어 가겠지만 기술성 심사 기조가 위험 요인”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기술특례상장 통과가 집중되는 것을 보면 심사 기조에 일관성이 없다. 이는 해결해야 할 요소”라고 지적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