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멀쩡한데 버려?…“한번만 더” 산화된 식용유 아깝다고 더 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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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집에서 튀김이나 전을 부친 뒤 남은 식용유를 다시 사용하는 일은 흔하다. 겉으로 맑아 보이고 특별한 냄새가 없으면 그대로 써도 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 색과 냄새만으로는 기름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용유는 열과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가 진행된다. 가열 과정에서 생성된 과산화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알데하이드류 등 2차 산화 생성물로 분해된다. 특히 170~180℃ 이상의 고온에서 조리하는 튀김을 반복할 경우 이런 변화는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같은 기름을 여러 번 가열하면 '총 극성물질(TPC·Total Polar Compounds)' 수치가 높아진다. 이는 기름이 분해·산화되면서 생긴 부산물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상업용 튀김유의 총 극성물질 함량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가정에서는 해당 수치를 직접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육안과 후각으로 확인되는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기름이 변질되면 몇 가지 신호가 나타난다. 이전보다 낮은 온도에서 쉽게 연기가 나거나 색이 짙어지고 점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표면에 거품이 많이 생기거나 평소와 다른 냄새가 느껴진다면 재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반복 가열할수록 발연점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조리한 음식 종류 역시 영향을 준다. 채소를 볶은 기름보다 생선이나 육류를 튀긴 기름이 더 빨리 변질된다. 단백질과 지방 찌꺼기가 남아 산화 반응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빵가루가 많이 떨어지는 튀김 요리는 기름의 품질 저하를 가속화할 수 있다.

기름 종류에 따른 차이도 있다.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기름은 산화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고, 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기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다만 어떤 기름이든 반복 가열하면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은 같다.

재사용하려면 조리 직후 음식물 찌꺼기를 걸러내고, 완전히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빛과 공기를 최대한 차단해 보관해야 한다. 산소와 빛에 노출될수록 산화 속도는 빨라진다. 이후 재가열했을 때 연기·거품·냄새·색 변화 중 하나라도 나타나면 즉시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변질된 기름을 싱크대에 그대로 버리면 배관 막힘이나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종이나 키친타월에 흡수시켜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거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폐식용유 수거함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름을 버리는 것이 아까운 게 아니라, 변질된 기름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건강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상 신호가 보이면 과감히 폐기하는 판단이 필요하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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