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61.2% 증가한 1조6149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연 3조원 돌파도 예상된다. ICT와 바이오·의료 업종이 전체 가운데 절반을 넘어섰다. 일각에선 급격한 바이오 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도 불거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4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벤처투자와 공동으로 '2018년 상반기 벤처투자 동향'을 발표했다.
올해 벤처 투자는 전년도 상반기 증가율이 1.8%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투자를 유치한 업체도 585개사에서 708개사로 늘었다. 벤처 투자가 창업·벤처기업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는 1537억원에서 4139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바이오·의료가 전체 벤처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5.4%에서 올해 25.6%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ICT 서비스 업종을 제쳤다.
ICT 업종은 올해도 선방했다. ICT 서비스업 신규 투자는 지난해 상반기 2143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3533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69.6% 증가한 규모다. ICT 제조업 역시 510억원에서 966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신규 투자에서 ICT서비스(21.3%) 업종과 ICT제조(6.0%) 업종, 바이오·의료 업종을 합하면 절반(53.6%)을 넘는다.
중기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이오·의료와 ICT 분야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했다.
석종훈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벤처 투자가 현재 추세라면 지난해 신규 투자 2조4000억원을 넘어 3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면서 “민간 중심으로 활력 있는 투자 시장이 조성되는 등 벤처 생태계가 약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인 바이오 투자 붐이 벤처 투자를 촉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으로 코스닥 진입 문턱이 낮아졌고 실적보다 일부 호재 영향을 받아 주가가 급상승하는 사례가 나왔다. 손쉬운 투자 회수처로 바이오 등에 투자가 몰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상반기에 두 번째로 많은 벤처 투자(280억원)를 유치한 '툴젠'은 유전자 가위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코넥스 시장에 올라 시가총액 1위(7711억원)다. 연내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진행할 계획이다.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투자를 유치한 기업 역시 뇌질환 신약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생체 시험을 바탕으로 내년도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8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다.
국내 바이오 산업계는 올해 들어 악재가 잇따르며 '거품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태에 이어 네이처셀도 라정찬 대표가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한미약품, 코오롱생명과학, 동아에스티 등은 주가를 끌어올린 기술 수출 계약이 중도 해지됐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이득을 노리고 바이오벤처 투자에 유입되는 자금이 상당하다”면서 “코스닥 시장에서도 재평가에 들어간 만큼 내실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연도별 상반기 벤처 투자 추이(자료:중소벤처기업부)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