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블록체인재단 고위 관계자는 “오픈소스 코드로 암호화폐를 개발하는 인재는 많지만 메인넷 개발, 노드(참여자) 관리까지 할 수 있는 인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B블록체인 개발 기업은 최근 중국에 연구개발(R&D)팀을 세웠다. 이유는 적정 보수만 보장하면 중국 인력의 개발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가 넓어지고 있음에도 정작 핵심 인재가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더리움 ERC-20 기반 토큰을 발행하는 수준 인력은 많지만, 블록체인 코어 설계 등이 가능한 수준의 인력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이 인재를 구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엑스블록시스템즈는 국내에 개발팀을 두고 있지만 유럽 및 러시아, 동남아시아에서 인력을 구해오고 있다. 엑스블록시스템즈는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블록체인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다.
심버스도 최근 일본에서 17년 이상 네트워크 개발에 몸 담아온 인재를 영입했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 인큐베이터 '인큐블록'이 최우수 기업으로 선발한 기업이다. PoN(Proof of network)라는 차세대 네트워크 운영 방식을 개발했다.
다른 블록체인 업체는 중국 사업본부 산하에 연구개발(R&D)팀을 세웠다. 아예 해외에서 메인넷을 개발하는 게 더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블록체인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코어 블록체인 인재를 데려오려면 보통 1억원 이상 줘야한다”며 “비용도 부담이지만 대기업 출신외에는 그 정도 기술력을 갖춘 인력도 별로 많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블록체인 시장이 성숙 단계로 들어서자 고도화된 기술력을 요하는 모양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블록체인 업체 대다수가 암호화폐공개(ICO) 단계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메인넷 공개를 준비하는 단계로 넘어가면서 원하는 인재상도 달라졌다. 오픈소스 코드를 다룰 줄 아는 수준에서 통신 프로토콜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수준을 원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10년 전 국내 통신 네트워크 장비 산업 공백기가 지금의 블록체인 인재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이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뿌리를 둔 기술인만큼, 블록체인만 공부해서는 고급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상권 아주대 겸임교수 겸 심버스 부사장은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개발하려면 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국내 네트워크 장비 산업이 중국 업체 진입으로 침체됐다”며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공백기가 생기다보니 지금의 인력난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학가에서 블록체인 교육 열풍이 불고 있지만 필요한 인재가 양성되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