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9>더 나은 개선을 위한 사고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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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상황을 더 바람직하게 바꾸기 위한 일련의 행동을 고안해 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디자인을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저명한 인지과학자, 심리학자이기도 한 허버트 사이먼의 말이다. 사이먼은 디자인 개념을 기존 좁은 의미인 '미학 관점'에서 더 넓은 의미인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 가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의 하나'로 재해석한 인물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디자인을 '표현 방법'이 아닌 '사고 방식'으로서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는 디자인 개념을 그동안 인간(사용자)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목적으로 해 오던 수치 개념을 넘어 인간 중심 의미와 가치 인식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단순한 '개선'을 넘어 우리가 활동하는 지역 및 사회 환경과 맥락을 설계하고 공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중심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자인 싱킹은 새로운 사고 방식이자 패러다임으로써 최근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 영역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특히 정책 사용자인 시민과 공급자인 공무원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잠재된 요구 및 문제점을 협업으로 재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만드는 역할에서부터 의사결정·집행·평가 등 정책 전 과정에 시민 중심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적용하는 데까지 디자인 싱킹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 예로 행정안전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정책 기획 방법으로 디자인 싱킹을 기반으로 '국민디자인단' 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운영하는 과제가 900여개다. 다루는 분야도 지역 사회, 교육, 도시, 금융, 농촌 등 다양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디자인 싱킹을 통해 신사업 100개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등 활동이 활발하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스마트시티 국가 전략 프로젝트 일환으로 디자인 싱킹을 통한 스마트 시티 서비스 발굴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디자인 싱킹 기반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적용, 범죄율 높은 지역별 맞춤형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시민 활동성 증가 및 지속 가능한 시민 참여를 끌어냈다. 필자 또한 중앙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과 협업해 2015년부터 공공 혁신, 지역사회 혁신, 산·학 연계 부문 등 세 가지 방향에서 디자인 싱킹을 활용한 교육·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공공 부문 전 분야에 걸친 시민 중심 수요 발굴과 공감을 통한 정책기획·개발 등 정책 전 과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디자인 싱킹 개념을 통해 공공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공공과 시민 간 상호 이해 및 신뢰성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궁극으로는 시민이 추구하는 가치 실현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접목 가능한 분야가 다양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흐름과 함께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공급자 중심 사회가 관리 측면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요시했다면 이제 사용자 중심 사회에서는 경험 측면에서 인간의 감성, 욕구, 심리 같은 것이 더 중요해졌다. 이것은 법, 규제, 제도, 기술만으로는 사용자의 자발에 따른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사용자 관점에서 그들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동시에 문제를 다시 바라보고 그들의 경험과 욕구를 이해하면서 근본 해결 방안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디자인 싱킹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다음번에는 필자가 경험한 디자인 싱킹을 활용한 공공 사례를 중심으로 좀 더 이야기해보겠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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