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년간 사업을 하면서 반도체 장비 개발을 시작으로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선형가속기 등 신제품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일류 상품을 만들어야하는 변곡점에서 내재된 R&D DNA는 언제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쎄크(대표 김종현)는 1991년 창업한 후 정밀부품 자동화 기술과 '전자 빔' 응용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조·검사 장비를 끊임없이 개발하면서 고객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연구개발(R&D) 중심 중소기업이다.
쎄크는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원 출신들이 공장자동화 설비 개발 경험을 토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공장자동화 장비는 현재 제품군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공장자동화 장비는 창업 후 10여 년 동안 R&D를 지속하면서 경영을 유지하는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회사는 반도체 장비·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선형가속기(LINAC) 등 크게 3가지 제품군을 현재 보유하고 있다.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가 쎄크 매출 성장을 선두에서 이끌고 반도체 장비가 뒤에서 밀고 있다. 지난해 상용화한 선형가속기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손꼽힌다. 이는 회사가 엑스레이 관련 전자빔 원천 기술을 확보한 덕분이다.
회사가 자동화 기술을 토대로 1999년 개발한 반도체장비 '탭(TAB) IC 포팅시스템'은 국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제품은 필름형 기판위에 디스플레이구동칩(LDI)을 붙인 이후에 생기는 기판과 LDI간 간극을 수지로 충전, 외부 충격을 줄여주는 디스펜싱 장비이다.
쎄크는 반도체장비 사업 매출 외형을 좀 더 확대하기 위해 2005년 반도체 장비 '플립 칩 본더'도 개발, 납품하기 시작했다. 산업용 엑스선 검사장비와 더불어 반도체 검사 장비도 회사 성장을 앞에서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립 칩 본더는 디스펜싱 장비 수지를 충전하는 언더 필 공정에 앞서 LDI를 필름형 기판에 붙이는 장비로 고정밀·고신뢰성을 요구한다.
쎄크는 2000년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 장비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사업성은 녹록지 않았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1위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동종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치열했고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국산 부품을 찾지 못해 핵심 부품인 엑스레이 발생장치를 일본·독일 등 해외에서 높은 가격에 수입해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 장비를 제조·판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는 엑스레이 발생장치 수급에 적지 않게 애를 태웠다. 글로벌 기업들이 엑스선 발생장치 생산량을 조절·판매한 탓에 쎄크는 원하는 만큼 부품 수량을 공급받지 못해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곤 했다.
이때 쎄크는 R&D DNA를 또 다시 작동했다. 기존 사업들과 원천 기술이 전혀 다른 엑스레이 발생장치 국산화 길을 2003년 걷기로 한 것이다. 개발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엑스선 발생장치에 대한 개발인력들의 기본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회사는 한국원자력연구원·포스텍·연세대·원광대·부산대 등을 찾아다니면서 엑스레이 발생장치 개발에 대한 도움을 청했다. 회사는 산학 협력 형태로 엑스레이 발생장치 개발을 진행, 2006년 개발에 성공하고 이듬해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쎄크는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기 핵심 부품 국산화를 계기로 다양한 전자빔 출력을 갖춘 엑스선 장치 발생 모델을 양산했다. 국내외 제조업체에 산업용 엑스선장비를 공급하면서 흑자경영 구조로 돌아섰다. 적자를 무릎 쓰고 엑스선 발생 장치를 개발한 덕분에 지난해 매출 300억원의 3분의 1를 차지하는 효자품목이 된 셈이다.
쎄크는 또, 3~15MeV급 선형가속기를 국내 최초 개발, 시장 개척에 나섰다. 선형가속기는 특정 적용분야의 비파괴검사와 항구, 국경에서 화물·차량 검사를 위한 장비이다. 1대당 30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로 6년 만에 국산화했다. 회사는 올해 선형가속기를 한화에 첫 납품, 제품 신뢰성을 인정받는 등 국내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인터뷰> 박해봉 쎄크 부사장
“쎄크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고객과 끝까지 같이 갈 것입니다.”
박해봉 쎄크 부사장은 “반도체장비·엑스레이 검사장비 등 신제품을 개발한 후 고객이 제품 도입을 선택할 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면서 이같은 약속을 고객에게 다짐한다. 고객 입장에서 10년 이상 사용해야 하는 제조 장비 특성상 잠깐 쓰고 폐기하는 게 아닌 탓이다.
박 부사장은 30주년을 맞는 2021년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그는 전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신제품을 개발해 반도체 검사 장비 매출을 늘리는 데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로 3년이란 기간 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주력제품인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 매출이 꾸준하게 증가해 500억원대에 달하고 반도체 검사장비와 선형가속기가 뒤를 받쳐준다면 지난해 300억원에서 3년 후 1000억원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원 출신이지만 마케팅 업무를 맡은 지 10년이 되갑니다. 연구개발이든 마케팅·영업이든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비즈니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객 요구는 항상 지속되는 게 아닙니다. 고객이 원하는 비즈니스 타이밍에 서비스를 제공할 것 입니다. 이게 제 역할입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