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차세대 패키징으로 각광받는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 기술을 외부에 공유한다. 자체 개발한 FO-PLP 생태계를 조성해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TSMC가 선점한 차세대 패키징 시장을 겨냥, 삼성이 공세 카드를 꺼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독자 개발한 FO-PLP 기술 외부 공개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술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과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특허나 공정 기술 등 내용을 제공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산업 활성화를 위해 FO-PLP 기술 공유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세부 계획은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FO-PLP는 새로운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다. 입출력(I/O) 단자를 반도체칩(Die) 바깥으로 빼내 전체 I/O를 늘리는 '팬아웃' 기술에 패널 레벨 패키지를 더했다.
I/O 단자는 통상 칩 안쪽에 배치(팬인)했다. 그러나 나노 공정 진화로 칩 크기가 작아지면서 집적도는 높아졌다. I/O 단자는 늘고 칩 면적이 좁아지면서 팬인 패키지 방식 유지에 한계를 드러냈다. 팬아웃이 떠오른 이유다.
팬아웃을 하게 되면 반도체 집적회로(IC)와 메인 기판 사이 배선 길이가 단축돼 전기 성능과 열효율이 향상된다. 반도체 성능은 좋아지면서 열은 적게 방출한다. 여기에 팬아웃은 기판 역할을 하는 PCB가 필요 없어 반도체를 얇게 만들고 원가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대만 TSMC는 이 팬아웃 기반에 웨이퍼레벨패키지(WLP)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 크게 성공했다. 이 패키징 기술 덕에 삼성전자와 분담하던 아이폰용 AP를 2016년부터 단독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FO-PLP를 공개하는 건 기술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과 시장 확대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WLP는 원형의 웨이퍼 위에 칩을 올린 뒤 재배선 작업을 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PLP는 사각형 패널 위로 칩을 올려 패키징한다. 버리는 기판이 원형보다 적어 PLP가 WLP에 비해 생산성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PLP는 아직 WLP 대비 상용화한 곳이 적어 기반이 취약한 편이다. WLP는 TSMC 외에도 ASE, 앰코테크놀로지, 스태츠칩팩 등이 양산을 시작한 반면에 PLP는 삼성전기와 네패스 정도만이 기술을 확보했다. 삼성전기는 기술 공유로 PLP를 확산시켜 장비와 재료 등 산업 생태계를 확대하고, 궁극으로는 PLP 활용 대상을 넓혀서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WLP 기술과 본격 대결하겠다는 의미도 깔렸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시대에는 전자기기 소형화·고성능·다기능 등 모듈화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PLP와 같은 반도체 패키지 기술이 앞으로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