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영재 대덕전자·대덕GDS 대표 "합병으로 5G·자동차 등 신시장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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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대덕전자·GDS 대표.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전자산업계에서는 10년도 안돼 여러 기업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만큼 기술 변화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외 대기업에 납품해야 하는 부품 제조사는 고객사 채택 여부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꾸준한 연구개발(R&D)과 시의적절한 경영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대덕전자와 대덕GDS는 국내 전자산업 태동기부터 중흥을 함께 한 산증인이다. 두 회사는 1972년부터 40년 넘게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계를 이끌어왔다. 대덕GDS 전신인 무역회사 대덕산업 시절까지 더하면 기업역사가 50년이 넘는다.

양사는 8월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새 도약을 시작했다. 이달 30일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거쳐 12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한다. 합병이 성사되면 PCB업계 연매출 1조원대 기업이 탄생한다. 지난해 대덕전자 매출은 5121억원, 대덕GDS 매출은 4824억원이다.

김영재 대덕전자·대덕GDS 대표는 이번 합병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5세대 통신(5G),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융·복합 추세에 맞춰 PCB업계도 발 빠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합병으로 기술·인력·장비를 통합해 연구개발과 제품화 경쟁력을 강화하고, 반도체·스마트폰용 PCB부터 통신장비용 고다층 PCB와 커넥티드카·자율주행차용 제품까지 다양한 첨단 기판을 제공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한다. SLP,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등 기술력으로 미래 시장 대응력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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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전자와 대덕GDS는 어떤 회사이고 주요 고객은 어떤 회사인가.

▲대덕전자와 대덕GDS 모두 기업간거래(B2B) 회사다. 대덕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용 PCB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회사다. 반도체를 전기, 전자 제품 안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칩과 메인보드 사이에 연결용 기판이 필요한데 그것이 패키징용 PCB다. 네트워크 통신용 고다층 PCB도 생산하고 있다.

대덕GDS는 휴대폰 카메라용 RF-PCB(경연성인쇄회로기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세계 플래그십 휴대폰 카메라용 PCB로 공급되고 있다. 이외에도 휴대폰 메인보드용 PCB와 자동차용 PCB를 주로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용 PCB 분야에서는 반도체 메이저 회사들이 주요 고객이다. 네트워크 통신기용 PCB와 자동차·카메라모듈용 PCB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손꼽히는 기업들이 주요 고객이다.

-최근 합병을 발표했다. 각각 50년을 따로 한 회사다. 두 회사 합병을 추진하는 목적이나 계기는 무엇인가. 항간에서는 경영권 강화와 관련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영권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현재 대덕전자가 대덕GDS 주식 15% 정도를 가지고 있어 양사 모두 대주주특수관계인이 약 3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대주주특수관계인 합병회사 지분이 20% 내외로 줄어들게 된다.

두 회사 합병은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 오래 전부터 두 회사 합병에 대한 이야기가 내외부에서 있었다. 그런데 휴대폰 기판을 만들던 대덕GDS가 작년과 올해 반도체 기판 제조에 쓰던 MSAP(Modified Semi Additive Process) 설비에 대규모 투자하면서 양사 경영진이 더 이상 두 회사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반도체 기판, 휴대폰 기판 기술 융합이 본격화된 것이다. 대덕전자 MSAP 기술과 경험, 대덕GDS RF-PCB 기술과 역량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시급해졌다. 기술과 인력, 장비를 융합해 5G 안테나 등 새로운 제품 개발 역량을 배가하고, 영업 역량을 통합해 고객과 소통을 간소화하고, 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합병으로 대덕의 새로운 50년 밑그림을 그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의 변화로 두 회사 사업이 유사해졌다는 뜻으로 들린다. 합병 이유인가?

▲두 회사가 초기에는 지향하는 바가 달랐고 인적 교류도 많지 않았다. 대덕GDS가 먼저 설립이 됐는데 주로 단면·양면 PCB를 대량생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대덕전자는 신기술을 적용하는 PCB 생산에 주력했다.

그러나 지금은 두 회사 모두 PCB 분야에서 첨단기술을 적용하다보니 모든 체계가 비슷해져 있다. 엔지니어링, 장비, 연구개발, 제조, 관리 등 모든 분야가 유사하다. 그룹웨어는 오래 전부터 통합 운영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도 SAP로 동일하다. 재무구조도 비슷하고 관리본부 기능도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두 회사 모두 합병 충격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조용히 내부적으로 각각 필요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사에서도 두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협조를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주들에게도 주주총회에서 이런 사정과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잘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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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휴대폰 시장이 위축되고 국내 휴대폰 기업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석권해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덕GDS와 대덕전자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

▲휴대폰 시장에서 올해 들어 세계적으로 플래그십 모델 수요가 줄어들고 중국업체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덕GDS는 2분기 말에서 3분기 중반까지 일시적으로 수주가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고객도 신모델 출시를 위해 수요를 늘리고 있고, 해외업체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 추석연휴 기간에도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100% 가동했다. 세계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플래그십 모델 대신에 보급형 모델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지만, 보급형 휴대폰에도 카메라는 듀얼에서 트리플, 쿼드러플 등으로 고급화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장기적으로는 5G 시대를 겨냥한 5G 안테나, MSAP 공법을 적용한 고밀도다층기판(HDI) 제품, SLP를 적용한 RF-PCB, SLP 기술 고도화 등 앞서가는 신제품 개발로 플래그십 모델 시장 선점을 지속 겨냥하겠다. 이와 함께 보급형 시장 물량도 상당 부분 확보해 성장과 이익을 동시에 추구할 것이다.

반도체용 PCB 사업에선 오히려 새로운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시장 선점이 중요해졌다. 대덕전자 같이 고객으로부터 100% 수주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전방산업 상황에 따라 회사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대덕전자는 국내외 최고 반도체 회사의 중요 협력사다. 최근 모바일 기기 수요 성장률이 정체됐지만 서버·클라우드·5G·자율주행 등 새로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덕전자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PCB 제조사 중에서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반도체, 모바일, 네트워크, 전장 등 제품을 모두 공급할 능력이 되는 곳은 대덕전자와 대덕GDS가 유일하다. 기술과 품질, 고객 지향 경영을 지속한다면 고객과 함께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실적은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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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와이솔에 투자했는데 현재 상황이 어떤가.

▲와이솔은 휴대폰 핵심 부품인 주파수 필터를 생산하는 회사다. 대덕전자·대덕GDS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반도체와 휴대폰 제조기업들이다. 요즘 와이솔 개발자, 엔지니어들과 휴대폰 진화 방향을 놓고 대화를 하다보면, 대덕전자·대덕GDS에서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많이 접한다. 마치 한 눈으로 보다가 두 눈으로 사물을 볼 때 느끼는 것처럼 입체적 느낌이 든다. 주파수 필터 부분이 차제로도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이기도 하고, 최근 실적도 양호해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와이솔 자체 성장성도 크지만 기술적으로 대덕과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이 가장 고무적이다. 향후 5G용 무선통신(RF) 부품 핵심은 각종 부품을 PCB에 실장·조립 시 모듈 집적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듈 내부 소자 크기를 줄이는 노력에 더해 핵심부품인 PCB 미세회로 고밀도화와 경박단소(가볍고, 얇고, 작은 PCB)화를 같이 추진해야만 한다. 초박판 PCB에 더해 전송 특성을 강화하거나, 구조적으로 캐비티(Cavity)·소자를 내장한 PCB 개발도 향후 중요한 과제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면에서 와이솔과 대덕은 소자와 연결부품인 PCB 분야에서 기술력을 결합해 최적화된 모듈을 최소 시간에 개발할 수 있는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50년 이상 기업을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특히 대기업 상대로 거래를 이어온 비결이 궁금하다.

▲기술과 성심이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부단히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다른 사람보다 한 발 빨리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대덕은 주로 PCB 분야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고객과 함께 항상 신상품을 개발하는 분야에 장점을 발휘했다. 앞으로도 기술 리더십을 중점적인 경영 기조로 이어갈 것이다. 새로운 기술 개발 능력을 확보하거나 고객의 새로운 요구에 맞추기 위해 생산설비 최신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선제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로 다른 기업보다 앞서나갈 것이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성심이다. 한두 번 잘 하는 것이 아니라 한결같은 마음으로 고객을 존중하고 고객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마음가짐과 실천의지가 성심이다. 기술개발 못지않게 한 번 맺은 거래선은 성심으로 존중하고 상호이익이 되는 방향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런 마음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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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 경영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 해외에서 미중 무역 분쟁이 확산되고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 근무 등 국내 경영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현실적으로 많은 국내기업들이 급격한 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나름대로 하고 있다. 대덕도 마찬가지다. 아직 국제 무역 분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지는 않지만 진행 경과를 신중하게 살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등 근로조건 변화에 대해서는 지난 몇 년간 걸쳐 조금씩 선제적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대덕은 노사관계가 대체로 원만했다. 두 회사 모두 50년 이상 제조업으로 지속돼 왔지만, 노사문제는 우리나라 산업이 걸어온 노사문화 변천사와 조금 달랐다. 심각한 노사갈등은 한 번도 없었다. PCB가 매우 정밀한 제품으로 공정이 많고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에 작업자들이 각자 맡은 일에 집중해야 정품이 생산될 수 있다. 그래서 창업 초기부터 직원 생활 안정과 회사 발전이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해 직원 복리에 신경을 많이 썼고 투자도 많이 했다. 두 회사에 20~30년 장기 근무자가 많이 있는 것이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대덕GDS는 20여년 전부터 필리핀에 현지 공장을 세워 운영해왔다. 2014년부터는 베트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 베트남 공장에서 설비를 대폭 증설하고 있다. 기술 고난도 제품은 국내 최신 생산라인에서 만들고,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은 가능하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려고 한다. 국내 생산능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해외 생산량을 늘려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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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대덕전자·대덕GDS 대표는 서울대학교 공업화학 학사, KAIST 화학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3년 대덕전자에 입사했다.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차남으로 대덕전자 기획담당 전무와 대덕전자 부사장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쌓았다. 2004년 대덕전자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대덕전자 매출은 5121억원, 대덕GDS 매출은 4824억원으로 모두 소폭 성장했다. 김 대표는 35년 이상 PCB업계에 몸담으면서 국내외 대기업과 협력을 지속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부터 삼성전자협력회사협의회(협성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14년 삼성그룹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회 자랑스런 삼성인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대담=장지영 미래산업부장

정리=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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