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데이터경제 필요충분조건

Photo Image

베네수엘라는 남미 최대 산유국 지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국가 경제는 자원 보유보다 해당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됨을 보여 주는 실례이자 석유 자원 기반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미 세계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 리스트 가운데 과거 다수를 점하고 있던 정유사 등 굴뚝산업 기업은 이른바 FAANG(페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라고 불리는 기업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시가총액이 1조달러 안팎인 이들 기업 공통점은 데이터를 생산 또는 거래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도할 데이터 기반 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발표한 '데이터 에이지 2025(Data Age 2025)'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 총량이 2025년까지 163제타바이트(ZB)로 늘어나고, 데이터 산업은 오는 2020년에 2100억달러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데이터 시장은 또 개인 사용자 위주로 생산되던 패턴에서 2025년까지 전체 데이터의 60%를 기업이 생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데이터 기반 경제 구조가 크게 성장하고 변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망과 달리 한국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막대한 데이터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활용하는 빅데이터 산업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6월 기준 1인당 월 데이터 트래픽은 약 7.4GB로 세계 평균 대비 5배 이상 많은 수준이지만 글로벌 기업 대비 빅데이터 활용률 측면에서 6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저조한 빅데이터 활용의 원인은 산재된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와 엄격한 적용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8월 31일 판교에서 진행된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 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데이터는 미래의 석유'라며 관련 데이터 산업의 전폭 지원 의사를 밝혔고, 2019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정부는 데이터 산업 육성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 및 기관에서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가명정보(홍길동, 1번)'나 '익명 정보(서울 거주, 50대)' 등 제도 도입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기업이 생산하던 데이터 활용에 기본권 보호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상업용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규제 혁신 측면에서 긍정 쪽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반대 목소리도 여전히 있기 때문에 사회 합의와 노력이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기회가 될 신규 비즈니스 창출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선제 대응을 하기 위해 이러한 가치 충돌을 최소화하고, 데이터 경제가 주는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등 국가기관이 함께 교통정리를 해 줘야 할 시점이다.

우리 자녀 세대의 미래 경제와 연결되는 만큼 실기(失機)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홍성 빅데이터포럼 의장 hschang7@sk.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