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에 웨이퍼 생산물량 투입...차세대 미세 공정기술 확보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적용한 7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완성했다. EUV는 반도체 미세 공정 한계에 도전하는 차세대 노광 기술이다. EUV를 이용한 7나노 파운드리는 삼성전자가 최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경쟁할 삼성 신무기가 마침내 가동한다.
삼성전자는 17일(현지시간) 미주법인에서 '삼성테크데이'를 개최하고 EUV를 적용한 파운드리 7나노 공정(이하 7LPP)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기술 개발과 함께 생산에도 착수, 현재 고객사 물량 웨이퍼를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는 퀄컴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로 파악된다. 퀄컴은 올해 초 삼성전자와 7LPP 기반 5세대(5G) 칩 생산에 협력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 'S10'에 들어갈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도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는 고객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 주는 것을 뜻한다. 반도체 제조에는 막대한 설비가 들기 때문에 설계(팹리스)와 제조(파운드리)가 분리돼 각각의 시장과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에 따르면 EUV를 활용한 이번 7LPP 공정을 통해 반도체 면적을 10LPE 대비 40%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성능은 약 20% 향상되고 전력 효율은 50%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또 EUV 노광 공정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총 마스크 수가 약 20% 줄어 설계 및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7LPP를 통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반도체 설계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만큼 7LPP를 앞세워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70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업계 4위다. 회사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 기술로 시장을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UV를 도입한 건 삼성전자가 최초이고, 7나노 공정 파운드리를 가동한 건 대만 TSMC에 이어 두 번째다.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는 7나노 공정 개발을 최근 포기했다. 파운드리 미세 공정 싸움은 TSMC와 삼성전자로 압축되는 상황이다.
밥 스티어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시니어 디렉터는 “7LPP 공정은 삼성전자가 EUV 노광 기술을 적용하는 첫 번째 파운드리 공정”이라면서 “이번 생산을 시작으로 7나노 공정 본격 상용화는 물론 향후 3나노까지 이어지는 공정 미세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배영창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마케팅팀 부사장은 “7LPP는 모바일과 HPC(고성능 컴퓨터)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장, 5G, 인공지능(AI) 분야에도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