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이 미국의 수출통제를 어긴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됐다. 제 3국을 통한 반도체 장비 우회 수출에 대해 미 당국이 강력하게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BIS)은 세계 최대 글로벌 반도체 장비 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와 그 자회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코리아(AMK)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를 중국에 불법 수출한 것과 관련해 2억5200만달러(약 3600억원) 벌금을 부과했다.
BIS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AMAT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중신궈지(SMIC)에 '이온 주입 장비'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온 주입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불순물을 주입해 전기적 특성을 만드든 장비다.
SMIC는 지난 2020년 미 상무부의 수출 통제 명단(Entity List)에 등재되어, 미국 기술이 포함된 장비를 수입할 때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BIS 조사 결과, AMAT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해당 장비를 한국 자회사인 AMK로 보낸 뒤 조립을 거쳐 중국으로 재수출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의무적인 정부 허가 절차를 56차례 건너뛴 것으로 드러났으며, 불법 수출된 장비의 가치는 약 1억 2600만달러(약 1800억 원)에 달한다.
BIS가 부과한 2억 5200만 달러 벌금은 불법 수출액의 정확히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2023년 씨게이트(Seagate)가 하드디스크를 화웨이에 공급해 물었던 3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이번 합의에는 단순 벌금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경영 쇄신안이 포함됐다. AMAT은 내부 수출 통제 준수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두 차례의 독립적인 감사를 시행하기로 했으며, 불법 수출에 연루된 고위 경영진과 실무자들을 전원 해임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까지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차관은 “산업보안국은 미국의 민감한 기술을 보호하고 법 위반자를 저지하는 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전 세계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반드시 법을 준수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가혹한 처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