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고용부 노무사(?)

“고용 상황이 어려운 건 송구스럽지만 (소득 주도 성장) 정책 때문만은 아니고 구조 문제가 겹쳐서다.” “취업자 수 증가만 봐서는 왜곡될 수 있고,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느는 등 고용의 질은 개선되고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속도가 더딘 이유는 소급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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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답변들이다. 이 장관은 국감장에서 '고용 참사'에 대한 책임 추궁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의원들 질문에 '변명'하기 여념이 없었다.

이 장관 답변을 요약하면 '고용 상황이 어려운 건 인정하지만 이는 정부 정책 실패가 아닌 생산인구 감소라는 구조 문제 때문이고, 취업자 수만 볼 게 아니라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봐 달라'다.

고용 상황 타개를 위해 뭘 해보겠다거나 준비하고 있는 정책 방향이 있다는 말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정부와 여당이 애지중지하고 있는 '소득 주도 성장'을 옹호하는, 청와대 관계자 입에서나 나올 법한 방패만 겹겹이 내뱉었다.

이 장관 임명은 노동행정에 치중해 온 고용부가 일자리 창출을 챙겨 보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31년 동안 대부분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고용 정책을 담당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전 장관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가 보여 준 것은 고용노동 행정을 많이 아는 만큼 더 조목조목 변명할 수 있다는 사실뿐이다. 마치 기업에서 노무사를 고용해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합법 방안을 강구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전 정부에서 차관까지 지내면서 고용 정책을 주도해 온 이 장관이라면 누구보다 장단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혹시나 현 정부가 계속 노동 편향 정책을 고수하도록 걸림돌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은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장관이 아니라면 일자리 문제는 누가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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