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화물차로 보조금 지급 전 단계인 형식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승인에는 실패했지만 그동안 형식승인 시도 조차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국 배터리 업계가 2년간 이어진 빙하기를 깨고 중국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최근 순수전기차 194개 모델,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6개 모델, 수소연료전지차 11개 모델 등이 포함된 '2018년 10차 친환경차 보조금 목록'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업체 배터리를 장착한 친환경차는 보조금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보조금 목록 발표 이전 형식승인 신청 목록에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2종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중국 산시자동차는 삼성SDI 시안 공장에서 생산된 삼원계(NCM) 배터리를 탑재한 화물차와 차대(샤시)로 312차 형식승인을 신청했다. 다만 이 차량은 30일 발표된 최종 형식승인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형식승인은 특정 자동차에 대한 판매 승인 절차로 통상 보조금 지급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으로 인식된다. 공신부가 각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신청을 받아 매달 중순께 신청 목록을 공시하며, 월말 혹은 새달 초 형식승인 목록과 보조금 목록을 함께 발표한다.
그동안 중국 자동차 제조사는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로 형식승인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 승용차가 아닌 상용차 모델이기는 하지만 현지 제조사가 삼성SDI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로 형식승인을 신청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 형식승인 신청을 재개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재 베이징벤츠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은 이번 목록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5월 먀오웨이 공신부 장관이 방한 당시 형식 승인을 통과했다고 공식 확인한 차량으로 업계에서는 이 차량이 보조금 명단에 포함될지 여부에 관심을 가져왔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지난 2년간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육성과 사드 보복에 따른 보조금 차별 조치로 현지 시장 공략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지난 5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현지 법인이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선정하는 배터리 우수기업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되고 형식승인을 시도하는 현지 제조사도 등장하면서 해빙 조짐이 보인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현지 공장 건설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현지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공급 논의를 지속하며 세계 최대 전기차·배터리 시장인 중국 공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