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북한의 비핵화 조치…종전선언과 맞교환 카드 될까

남북 정상이 세 번째 회담인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추가적인 북한 비핵화 조치에 합의했다.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를 비롯해 전제를 달긴 했지만 영변 핵시설도 영구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가 종전선언과 맞교환할 만큼의 '비핵화 액션플랜'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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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정상은 19일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와 관련한 의지를 처음으로 밝힌 것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다. 김 위원장은 공동선언 서명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다. 그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제3자를 통해 전해지거나 문서에 명시되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전달됐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육성 비핵화 발언은 북미협상 동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제시한 추가 비핵화 조치에서 영변 핵물질 생산시설과 미사일 엔진 실험장은 사실상 북한의 '미래핵'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미래핵을 없애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사실상 '핵 리스트' 신고에 버금가는 대응안이라는 분석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평양에서 취재진에게 “북한 핵 개발의 핵심적인, 그리고 상징적인 영변 핵시설을 미국의 상응 조치와 함께 영구적으로 폐기할 의지가 있음을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확인한 점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는 앞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착수해 현재 진행되는 조치이지만, 그동안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한 '대답'을 처음 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당시에도 북측은 외무성 공보를 통해 전문가 참여 입장을 밝혔다가 전문가를 배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 풍계리 수준의 '보여주기'만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 실장은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 검증 약속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참관 허용”이라며 “과거 북측이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가 보여주기식 폐기라는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하기는 했지만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는 미국과의 후속 협상을 염두에 두고 한 제안으로 읽힌다. 특히 미국측이 요구하는 '핵 리스트' 신고에 대응하기 위한 '역제안' 카드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은 비핵화 논의가 추가로 있을 것으로 봤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비핵화 관련 논의 내용을 이달 말 개최 예정인 한미정상회담에서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실장은 “(비핵화 관련)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논의의 결과를 토대로 내주 초 뉴욕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도 좀 더 속도를 낼 방안에 관해 양 정상 간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간 미국이 요구해온 핵 리스트 신고 등도 관련해서도 논의가 일정부분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에 대해서도 시선이 쏠린다.

결국 비핵화 협상 매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북한이 제시한 추가 조치에 대해 미국 측이 불신을 걷어내고, 얼마나 받아들일지에 달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남과 북은 앞으로도 미국 등 국제 사회와 비핵화의 최종 달성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우리의 역할도 막중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평양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간 대화가 빠르게 재개되길 기대한다”며 “양국 간 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뤄지고, 양국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의 노력도 다해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24일 뉴욕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집중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과 나눈 비공개 대화 내용도 직접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시킨다면 내달 2차 북미정상회담 직행 카드를 얻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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