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군사공동위 상시 가동해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협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 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과 북이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은 19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공식 언급했다. '평양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 시나리오도 밝혔다. '핵사찰 허용→종전선언→영변 핵시설 폐기' 프로세스다. 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트럼프는 “최종 협상에 필요한 핵 사찰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며 환영했다.
다만 세부 시기와 실행 계획은 '공란'으로 남았다. 남북 정상 합의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완성하려면 연내 추진될 2차 북미정상회담이 관건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합의, 서명했다.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군사합의서도 채택했다.
공동선언은 △전문가 참관 아래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 조치 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의향 등을 담았다. 이에 앞서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쇄를 비공식 약속했지만 최근까지 정상 가동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곳에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다.
북한은 ICBM 발사장인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 참관 아래 영구 폐기하기로 했다. 미국 측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 폐기 의향도 밝혔다. 남북 정상은 DMZ(비무장지대)를 포함해 육해공 전역에 걸쳐 상호 군사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전쟁 없는 한반도'도 약속했다.
선언에 명시된 미국의 상응 조치는 남북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을 합의했다.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면서 “한반도의 영구 비핵화가 머지않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평양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간 대화가 빠르게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발언은 국제 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내놓은 첫 '비핵화 육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미국이 북한 조치에 종전선언으로 화답할지는 불투명하다. 한·미, 북·미 간 추가 협상에서 세부 조율이 과제로 남았다.
남북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 상호 군사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도 가동한다. 한반도를 항구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 조치다. 남북 정상은 공동선언 합의문 1조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 의지를 높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공동 선언 직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최종 협상에 필요한 핵 사찰을 허용하기로 합의했으며, (핵)실험장과 로켓 발사대를 국제 전문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구히 해체하기로 했다”면서 “아주 흥미롭다”고 표명했다.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긍정 평가하면서 앞으로 한·미, 북·미 정상회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연내 종전선언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세한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도 직접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시간가량 회담했다. 양측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이 각각 배석했다.
문 대통령 설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인다면 다음 달 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높아진다.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연내 종전선언도 실현할 수 있다.
평양회담 주요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경제 분야 협력 강화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 원칙 아래 '민족경제 균형발전'을 위한 실질 대책 마련에 합의했다.
남북은 올해 안에 동해와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 판문점 선언에 담은 교통망 연결 시점을 확정,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도 여건이 조성되면 먼저 정상화하기로 했다. 서해경제공동특구, 동해관광공동특구 등 청사진도 함께 그린다. 비핵화와 대북 제재 해제를 단서로 달았지만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수용, 공동 개발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은 자연생태계 보호와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 협력도 적극 추진키로 합의했다. 북한 산림녹화 사업 등 협력 성과 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서울 방문이다.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안이라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공동취재 박지성 기자·평양공동취재단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