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경산, 영암, 군산, 해남, 거창 등 태양광발전소나 풍력발전소에 설치된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 사고가 잇따랐다. 배터리제어시스템(BMS) 오류와 공조기 미가동, 배터리 자체 결함, 제품 설계 오류, 이상고온과 연관성, '휴먼에러' 등 화재 원인을 놓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 이상 대용량 ESS 58곳에 대한 실태 조사를 마쳤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현재까지 미비한 안전 인증이나 점검 기준이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명확한 화재 원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쏟아지는 많은 소문과 추측이다. ESS 보급 확대로 호황을 맞은 업계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ESS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이 정치 쟁점화 되는 것도 부담이다. 최근 한 국회의원은 화재 사고 이후 배터리 제조사가 고객 보호를 위해 취한 일시 조치를 토대로 전국 모든 ESS를 70% 용량으로 제한 운전하면 5년 동안 손실이 수조원 발생할 수 있다는 엉뚱한 보도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ESS는 전력 수급 불균형에 따른 국가 전력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사업이다. 배터리 업계도 기대하는 신시장이다. 국내 ESS 시장은 정부 보급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2014년 대비 2배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에 설치된 ESS 배터리는 세계 시장 25%를 차지하고 있다. ESS용 배터리 시장 한국 업체 점유율은 60%에 이를 정도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가 합쳐진 형태로 다양한 국가에 수출한다.
ESS 화재는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된다. 리튬이온 에너지에 있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가연성 전해질 특성으로 한 번 화재가 나면 대부분 전소돼야 멈출 수 있다.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시장도 확대될 수 있다.
단기간 내 빠른 보급이 이뤄지면서 안전 검증이나 인증 등 미비한 제도 부분이 있었다면 보완해야 한다. ESS가 다양한 부품과 요소로 이뤄지는 만큼 부품 간 호환성 문제나 조립 과정에서 실수로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전 규정도 필요하다. 사고 원인 결과 발표와 대책 매뉴얼을 만들어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