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TV 출시 일정을 대폭 앞당긴다. 내년에 100인치 이상 초대형 8K 라인업을 선보이고, 2020년에 자발광 QLED를 내놓는다. 초대형·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전략을 수정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TV 개발·출시 로드맵을 수정해 차세대 제품 공개와 상용화 시기를 앞당긴다. 내년에 100인치 이상 초대형 8K TV 모델을 출시하고 2020년에는 자발광 QLED TV를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내년 CES에서 8K TV 상용화 제품을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하반기로 앞당겼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차별화를 위해 8K TV 빠른 출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18'에서 공개한 제품은 65인치부터 85인치까지 총 4개 모델이다.
내년에는 8K TV 라인업을 대폭 확대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 사장은 “대형으로 가면 8K가 필요하다”면서 “내년 CES에서 어마어마한 (8K) 라인업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아직 8K TV 시장이 미미하지만 삼성전자가 풀 라인업을 선보이면 다른 제조사도 (8K 시장에) 많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8K TV는 지난해 샤프가 최초로 70인치 제품을 상용화했고, 이번에 삼성전자가 두 번째로 시도한다. 아직 판매량이 많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8K TV 시장 규모는 올해 6만대 수준에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2020년 260만대, 2022년 54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올해 IFA에서 8K TV를 전시한 업체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TCL, 샤프, 도시바, 하이얼, 그룬디히, 베스텔 등 10여개 업체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자발광 QLED TV 출시도 앞당길 계획이다. 원래 목표보다 2년가량 앞당겨 2020년 출시를 노린다.
IFA 기자간담회에서 한 사장은 “TCL이 2020년 이후에 자발광 QLED를 출시한다는 계획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삼성전자가 QLED 기술에서 한발 앞서 있다”고 말했다.
TCL보다 먼저 삼성전자가 자발광 QLED를 내놓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 소재 분야 권위자인 이창희 서울대 교수를 부사장으로 파격 영입했다. 자발광 QLED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이 부사장은 퀀텀닷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도사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로 자발광 QLED를 개발하고 있고, 2년여 전부터 이창희 교수 영입을 시도했다. 이달 삼성디스플레이에 합류한 이 부사장은 자발광 QLED뿐만 아니라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개발까지 속도를 내도록 지원 사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가정용 마이크로 LED도 일정을 앞당겨 내년 초에 조기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차세대 TV 로드맵을 앞당기는 것은 한 사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초 8K TV 상용화 시점은 내년이었지만 한 사장이 강력한 의지로 하반기 상용화를 추진했다”면서 “IFA 전시회에 온 다른 제조사 관계자들이 8K TV의 빠른 상용화에 당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자발광 QLED도 당초 계획보다 로드맵을 크게 앞당기는 것이 목표”라고 부언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