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단위 구독 모델, 탈구글·탈애플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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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단위로 일정한 사용료를 받는 '구독 모델' 제공 회사가 늘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 수수료에 대한 반발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구독 모델이 탈구글·탈애플 주요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구독 모델은 월 단위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웹 페이지 결제를 제공해 플랫폼 수수료를 우회한다. 신문이나 잡지를 볼 때 한 달 구독료를 내고 받는 것과 같다. 구매자는 합리적인 선택을 강요받는 부담에서 자유로워진다. 업체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고 매출 추이 예측도 용이해진다. 무엇보다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없애준다.

건별 결제는 편의성 때문에 플랫폼이 제공하는 인앱결제가 편리하지만 구독 결제는 단 한 번 정보입력으로 계속 구독할 수 있어 편의성 침해가 비교적 덜하다.

구글·애플은 자사 결제 모듈을 탑재하지 않으면 플랫폼에서 배포를 못 하도록 할 수 있다. 그래서 등장한 방식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결제 모듈과 자사 홈페이지 결제 페이지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 벅스 등이 이런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수수료를 제외한 웹사이트 구독 결제 가격이 앱 내 구입 가격보다 더 싸다.

구독 모델이 세계적인 추세라 이용자 심리적 저항감이 낮다는 것도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애플 앱 스토어용 앱에서 아이튠즈를 통한 지불 방식을 우회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6월부터 인도 등 10개국에서 테스트를 하다 지난 2일부터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유럽·중남미 33개국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넷플릭스 웹에서 결제정보를 입력해 구독 신청한다. 넷플릭스는 이미 5월 구글 플레이스토어 구독을 막은 바 있다.

국내 e북 시장에서도 외부 구독 결제가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이 수년 전부터 자사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한 것과 비슷하게 앱에서 웹 페이지로 이동해 결제할 수 있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는 27일(현지시각) '엑스박스 올 액세스'를 발표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형 모델이다. 월 35달러 모델을 선택하면 엑스박스 원 X 본체와 함께 게임을 무제한으로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소니, EA, 디스코드 등 글로벌 게임 업체들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다.

국내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모바일 게임은 부분유료화에 밀려 적극적인 구독 모델 적용 시도는 없다. 산발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한 게임사 대표는 “실제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결제 모듈없이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모듈이나 카페를 통해 결제하는 게임사가 존재한다”며 “구글 수수료에 의문을 가지는 게임사·이용자가 늘어났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게임은 구독모델에서 부분유료화 모델로 넘어간 사례”라며 “최근 거의 모든 모바일 게임이 제공하는 월정액 상품이 구독모델 재전환 초기 단계로 보인다”고 전했다.

1억명이 이용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구글·애플 수수료가 과하다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포트나이트로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에픽게임즈는 자사 페이지에서 앱설치파일(APK)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러한 움직임은 없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 앱마켓 수수료 등 지배력 행사에 관해 조사하고 있다. 정부조사와 여론이 마켓 플랫폼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시선을 끌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당장 탈플랫폼은 쉽지 않지만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 콘텐츠를 통한 모객을 유도한다면 철옹성에도 금이 갈 수 있다”며 “대형 업체가 아니면 시도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대형 회사들이 플랫폼에 반발하고 각국 정부에서 진행 중인 소송 조사가 독과점을 제재하는 방향이 되면 구글·애플은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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