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장 따라 바뀌는 감독당국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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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당국 수장이 바뀌거나 큰일이 터지면 언제 뭐가 바뀔지 예상할 수 없어서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 감독 방침을 보면서 금융권 관계자가 한 말이다. 감독 당국 수장이 바뀐 뒤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각종 감독 방향이 바뀐 상황에 대한 당혹감을 표현한 것이다.

대표 사례는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다.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즉시연금 계약자를 '금융 약자'로 규정하고 접수된 민원을 토대로 생명보험사를 압박했다.

금감원은 저축성보험 비과세 축소 세제 개편을 하던 지난해만 해도 즉시연금을 고액 자산가가 가입하는 '부자연금'이라며 방관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만에 부자연금이 금융 약자의 노후자금으로 뒤바뀌었다. 그 사이 변화된 것은 금융 당국 수장이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즉시연금 사태는 금융 당국의 그림자 규제 강화 이슈로도 번지고 있다.

금감원은 한 건의 민원에서 시작한 즉시연금 사태 해결책으로 16만명에 이르는 모든 가입자에게 미지급액 일괄 적용을 권고했다. 업계는 일괄 구제가 법률상 근거가 없고 배임 등 문제가 있다며 거절했다. 법원 판단에 맡기겠다는 게 보험사 측 생각이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이 소비자 소송 지원 등에 나서며 또 다른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는 업계가 이번 사태를 그림자 규제 부활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그림자 규제 관행을 폐지하고 행정 지도 근거를 명확히 하도록 하는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 TF 권고안'을 내놨다. 불과 8개월 전이다.

소비자 보호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 상황이나 수장의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방침은 시장 혼란만 키운다.

금융 산업은 규제 대표 산업이다.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편법과 눈치 보기가 성행할 수밖에 없다.

정권 변화에 따르는 정책 기조야 어떻게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수장 변화에 따르는 정책 변화는 최소화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만큼이나 풀어야 할 금융 혁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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