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C와 60억 규모 D램 설계 용역 계약...핵심기술 이관 양산 활용 의심
메모리 설계 전문 팹리스 업체인 제주반도체가 대만 파운드리 회사 UMC와 D램 설계 용역을 맺은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UMC는 중국 푸젠성과 합작해서 중국 내에 D램 제조사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를 세운 기업이다. 푸젠진화는 UMC로부터 32나노·28나노 D램 기술을 이관 받아 연내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 출신 설계 인력이 다수 포진한 제주반도체가 사실상 중국 메모리 굴기 '최대 조력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주반도체는 합법 수주 계약이자 정상 기업 활동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도 이번 사안을 주목하기 시작,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관계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제주반도체 핵심 임원과 전화 통화 및 대면 면담으로 해당 논란 진위 파악에 나섰다.
발단은 지난해 초 제주반도체와 대만 UMC의 60억원 규모 LPDDR4 메모리 반도체 설계 용역 계약 체결이다.
업계에선 설계 능력이 부족한 대만과 중국이 한국 D램 기술을 돈으로 사서 양산에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정부가 민간 기업인 제주반도체를 불러 의견을 들은 이유는 이 회사가 메모리 국책 연구개발(R&D)에 다수 참여했고, 현재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다양한 R&D를 진행한 회사가 한국 메모리 산업을 위협하는 중국을 돕는 있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장 정부가 개입해서 제주반도체에 간섭할 근거는 없다. 제주반도체가 용역 설계를 하고 있는 LPDDR4 D램은 32나노 제품으로,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D램 기술은 '30나노 미만급' 제품이다. 국가 핵심 기술은 산업부 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다.
제주반도체는 과도한 오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설계 IP를 주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된 설계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으로 간 국내 기술자가 중국 회사에서 만들어 낸 IP가 문제지 이 건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메모리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설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UMC와 협력 관계를 이어 갈 수밖에 없다”면서 “개별 계약 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또 판매하지 말라는 것은 사업을 접으란 얘기인데 그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대기업도 이번 논란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현재 제주반도체에서 설계를 총괄하는 임원은 삼성전자 출신이다. 실무 개발 인력도 삼성 출신이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반도체에 따르면 이 회사 메모리 설계 인력만 4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편 UMC 계열 투자사인 쉰제캐피털은 제주반도체 지분 6.32%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올해 초 제주반도체는 UMC 기술 이사를 회사 비상근 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제주반도체는 지난 2015년 중국 자본에 회사를 팔려다 상대측이 자금을 납입하지 못해 엑시트에 실패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