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말 못할 사정

“배출권거래제 2차 계획기간(2018~2020년) 할당량이 예상보다 넉넉하다는 얘기가 산업계에서 나옵니다. 할당량이 급격하게 줄어들 줄 알았는데 1차 계획 기간(2015~2017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할 만 하다'는 분위기죠.” 환경부 관계자의 얘기다. 정말 그럴까. 몇몇 기업에 직접 물어봤다, 정부가 2차 계획기간 할당량을 2015년 수준으로 동결한 것이 '넉넉한' 수준인지. 들려온 말은 환경부가 얘기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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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관계자는 “매년 3%만 성장한다고 봐도 6년이면 18%가 늘어나는데 2015년 수준으로 2020년까지 배출권을 동결하는 것은 그만큼 줄이거나 돈(배출권 매입)으로 때우라는 것이죠”라면서 “하지만 힘들다는 말 한마디 못했어요”라고 털어놨다.

솔직하게 얘기해야 환경부가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공장 한 곳에 미치는 환경 규제가 온실가스를 비롯해 대기오염물질, 미세먼지, 폐수 등 수십 가지다. 괜히 규제 당국 심기를 건드릴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울면서 겨자를 삼켜야 하는 심정이랄까. 또 다른 관계자도 비슷했다. 환경부가 제시한 배출권 할당량을 맞추려면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줄일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해외 재생에너지발전 단지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자금이 증대될수록 생산비가 증가하고, 이는 수출 경쟁력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기업의 말 못할 속사정을 전달해 주길 희망했다.

기업 입장에서 환경부는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규제권을 틀어쥔 '슈퍼 갑'이다. 슈퍼 갑이 기업을 불러 모아서 '배출권 할당 계획이 어때요'라고 물어 봐야 형식에 그친 반응만 나올 것이 뻔하다. 환경부가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산업계가 정부 계획을 수긍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식이면 산업계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방통행식 환경부 방침을 '소통'으로 선회시킬 방법이 필요하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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