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규제개혁 점검회의' 전격 취소…"답답하다" 부처에 '성과 압박'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3시에 주재하기로 한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이날 보고하기로 한 규제 개혁의 성과 내용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날 경제·일자리 분야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한 데 이어 이날 경제 정책의 핵심인 규제개혁 회의를 당일 임박한 가운데 취소했다. 경제 정책 전반에 걸친 성과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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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혁신 대토론회' 전경.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총리가 '각 부처에서 준비하느라 고생했지만 이 정도 내용은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 미흡하다'고 문 대통령께 일정 연기를 건의했다”면서 “문 대통령도 오늘 집무실에 나와서 이 총리로부터 내용을 보고받고 '본인도 답답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의 건의를 받아들여서 이날 회의를 연기하기로 결정했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개혁 성과를 만들어 다시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월 22일 규제혁신토론회 이후 규제 관련 성과를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과 경제 단체도 참석하는 대규모 공개토론 행사였다.

회의 2시간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취소돼 배경에 여러 추측과 분석을 낳았다. 특히 청와대가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몸살감기로 인해 이번주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혀, 규제개혁 회의 연기도 건강 탓 아니냐는 관측이 일었다. 청와대는 “행사 추진과는 별개다. 주치의가 오후에 들어와 진료한 뒤에 휴식 권고를 줬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밝힌 회의 취소 이유는 내용 부족이다. 청와대는 이날 보고될 내용에 일부 진전도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규제 개혁과 관련된 오랜 논의가 있었고, 문 대통령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실제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면서 “오늘 준비된 보고 내용 자체는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정도로도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차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일정 기간 신산업·신기술 분야에 '묻지 마 규제 개혁'을 요구했다. 규제 개혁 성과를 창출하는 공무원에게는 파격 보상안 마련도 지시했다. 강도 높은 요구에도 진척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회의 참석 예정이었던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갑작스런 회의 취소 통보에 놀랐지만 그동안 문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해 온 규제 개혁의 성과로서 이번 발표 내용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문 대통령이 규제 개혁과 관련해 경제 부처의 미적지근한 태도를 공개석상에서 질책했다는 해석이다. 전날 청와대 경제 라인 교체에 이어 내각에도 일정 부분 책임과 경계심을 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규제 개혁이 필수인 혁신 성장 성과가 없다고 질책했다. 당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 분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이해 당사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규제와 관련해 여전히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핵심 규제 이슈로 보고할 예정으로 있던 인터넷전문은행과 개인정보 규제건도 사실상 진전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갈등을 풀기 어려운 규제 과제에 대해 이해 당사자를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찾아가 문제를 풀고 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규제 혁신을 가로막는 갈등을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문제 해결을 어느 정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될 안건 내용 부족은 물론 규제 개혁의 외형 측면에서도 갈증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예정된 안건 외에 공유경제, 빅데이터 등도 여전히 대립 관계에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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