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산 배터리 차별 논란은 2016년 1월 중국 정부가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시작됐다. 2015년 12월 홍콩에서 화재 사고를 낸 전기버스가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겉으로는 안전성 우려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측면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까지 니켈·코발트·망간(NCM)을 양극재 주원료로 하는 삼원계 배터리는 한국과 일본 업체가 주로 생산했기 때문이다. 중국 업계는 한 단계 낮은 기술력으로도 생산이 가능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생산해왔다. 하지만 1년 뒤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한이 철회됐고 현재는 중국 업체에서도 삼원계 배터리를 활발하게 채택하고 있다.
이후 보조금 차별이 계속되면서 중국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배터리 납품 연기와 취소 요청이 빗발쳤다. 전기차 값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보조금 유무가 차량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각각 시안과 난징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준공한 삼성SDI와 LG화학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한때 현지 공장 가동률이 10% 이하로 떨어지며 고전했다.
2016년 6월에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에서 국내 업체가 모두 탈락했다. 4차까지 이뤄진 심사에서 57개 기업이 인증을 통과했지만 LG화학과 삼성SDI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국내 업체는 이후 5차 인증을 준비했지만 진행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그 해 7월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2016년 12월분 보조급 지급 전기차 목록을 발표하면서 오전에는 한국 업체 배터리를 탑재한 5개 모델을 포함했다가 오후에는 이를 삭제해 다시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후 2017년 총 12번의 보조금 목록을 발표하며 224개 회사 3233개 모델을 추가했지만 이 중 한국 업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한 대도 포함되지 않았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최근 들어서다. 지난달 22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하는 자동차 배터리 우수 기업 목록 일명 '화이트리스트'에 국내 배터리 3사가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같은 날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장착한 벤츠 차량이 형식 승인을 받아 중국 판매가 허용됐다. 24일 제3차 한·중 산업장관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전략적인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같은 날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둥펑르노와 둥펑웨다기아가 신청한 5종의 전기차 모델은 형식 승인이 거절돼 업계 혼란은 여전하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