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군상공장이 결국 22년 만에 문을 닫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처음으로 구조조정 '매스'를 들이대면서, 경영정상화 과정에서도 살아남지 못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부평, 창원공장으로 전환배치되지만, 나머지는 일자리를 그만두게 됐다.
30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군산공장은 31일 공식 폐쇄되며,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직원들도 이날을 기해 퇴사 처리된다. 그동안 군산공장에서 생산해온 준중형차 크루즈와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는 일단 단종된다.
군산공장 폐쇄 비용은 본사인 GM이 전부 부담한다. GM은 군산공장 폐쇄와 관련해 약 4억7500만달러의 비현금 자산상각과 3억7500만달러 규모의 인건비 관련 현금 지출을 포함, 최대 8억5000만달러의 지출이 예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출은 대부분 올해 2분기 말까지 '특별지출' 항목으로 회계장부에 반영될 예정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일련의 구조조정은 결국 회사 몸집을 가볍게 한 뒤 신차를 투입해 국내 공장 가동률을 높이려는 목적”이라며 “군산공장 문을 닫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한국에서 장기 성장하려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군산공장은 전북 군산시 소룡동 앞바다를 매립한 130만㎡(약 39만3250평) 부지에 1996년 완공, 연간 최대 27만대 규모의 승용차 생산능력을 갖췄다. 군산공장은 그해 12월 '대우 누비라 1호 차'를 처음 출고한 데 이어 누비라, 레조, 라세티, 라세티 프리미어, 쉐보레 올란도, 크루즈, 크루즈 터보, 올 뉴 크루즈 등을 생산했다.
2002년 회사명이 GM대우로 바뀌면 2011년 승용차 27만대, 디젤엔진 20만대까지 생산하면서 한국지엠의 주력 공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2013년에 쉐보레 유럽법인의 2016년 철수 계획 발표와 함께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군산공장 생산 차량 판매 실적은 2013년 15만대에서 2014년 8만대로 반 토막이 났다. 이후에도 2015년 7만대, 2016년 4만대로 계속 줄더니 결국 지난해에는 2013년 대비 80%나 줄어든 3만대에 그쳤다. 2011년 5조6000억원에 이르던 생산액은 2012년 4조8000억원, 2013년 3조2000억원, 2014년 2조원, 2015년 1조4000억원, 2016년 1조원으로 점차 감소했다.
생산 물량이 줄면서 근무 형태도 1교대제로 전환하고, 3500명에 이르던 인력 규모도 2200명까지 축소했다. 최근에는 공장 가동률이 20% 이하로 떨어졌고, 공장 가동도 한시 중단됐다.
한국지엠은 지난 2∼3월 1차 희망퇴직(1100명)과 지난 4월 2차 희망퇴직(80여명)을 거쳐 약 1800명이던 노동자를 612명으로 줄였다. 한국지엠 노사는 아직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612명 가운데 200여 명을 부평, 창원 등 다른 공장에 전환 배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나머지 400여 명은 일단 3년간 무급휴직을 적용한 뒤 다른 공장에서 정년퇴직 등으로 생기는 결원만큼 순차적으로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 노조는 무급휴직에 들어갈 인원에 대해 정부와 노사가 생계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한편 정부는 폐쇄 후 남는 군산공장을 제3자에 매각하거나 자동차 생산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군산공장이 다른 완성차업체나 부품업체 등 관련 업계로 매각될 경우 남은 근로자들의 고용이 유지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기존 설비 활용도가 낮은 데다 기존 인력을 그대로 흡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실현되지 않았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