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한 노키아는 단숨에 글로벌 시장 선두권에 진입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주효했다.
하지만 중국 화웨이에 재추격 당하는 등 생존을 위한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화웨이의 가격 경쟁력을 극복하기 위해 성능을 앞지르는 차별화 전략이 수반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2015년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하기 이전, 노키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16.5%에 불과했다. 1위인 스웨덴 에릭슨(27.3%), 2위 중국 화웨이(22.6%)에 못미쳤다. 알카텔루슨트 M&A에 성공한 노키아는 시장 점유율 27%까지 끌어올렸다. 시장 점유율이 합쳐지는 단순한 M&A 효과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역량이 달랐던 양 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결합하면서 시너지가 극대화됐다. 유·무선 통합이라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한 성과라는 분석이다.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장비 시장 1위는 화웨이다. 화웨이(28%), 에릭슨(27%), 노키아(23%) 순이다.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대비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다. 화웨이가 기존 가격 경쟁력만 앞세운 중국 통신장비라는 이미지를 벗고, 성능까지 끌어올리면서 통신장비 업계 '퍼스트무버'로 재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A와 통신장비 사업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 노키아에 화웨이는 과거 스마트폰 시장 변화만큼이나 위협요소가 됐다. 유·무선 통신 장비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회사는 화웨이와 노키아뿐인 만큼, 직접적 경쟁이 불가피하다. 중국 현지 생산으로 저렴한 가격에 장비를 공급하고 연간 매출 15%를 연구개발(R&D) 투자, 공격적 기술 확보에 나서는 화웨이와의 승부는 여전히 지상 과제다.
노키아가 유·무선 장비를 통합 제공할 수 있지만 유선과 무선 분야를 구분하면 경쟁은 보다 치열해진다. 화웨이를 제외하더라도 유선 통신장비에서는 시스코, 무선은 에릭슨보다 뒤처진 상황이다. 통신장비 관계자는 “노키아가 통신장비 시장에서 안정적 3강 체제를 구축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놓인 건 여전하다”면서 “5세대(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언제든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2015년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2016년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2017년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자료 : 델오로그룹(2014년), 스타티스타(2015년), IHS마킷(2016년, 2017년)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