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안면인증을 전면 도입하는 것은 대포폰을 뿌리째 뽑아내기 위한 칼을 꺼내든 행보다. 특히 알뜰폰은 손쉬운 비대면 가입절차로 인해 명의도용, 개인정보 유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다만, 인식률이 충분하지 않고 안면 정보보호에 대한 신뢰성이 약할 경우 시장에는 거대한 혼란이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심하고 철저한 준비와 산업계 의견수렴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포폰 온상 끊는다”…피해액 1조원 돌파에 '강수'
정부가 알뜰폰 안면인증 전면 도입을 결정한 핵심 배경은 보이스피싱 피해 급증이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8545억원) 대비 47.2% 늘어난 1조2578억원이다.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범죄 핵심 수단인 대포폰의 대다수가 알뜰폰이라는 점이 문제다. 경찰청에 따르면 적발된 대포폰 9만7399건 중 92.3%에 달하는 8만9927건이 알뜰폰이었다. 비대면 개통 절차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점을 노린 것이다. 정부는 알뜰폰 보안 강화 없이는 범죄 근절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3월 23일부터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이용자의 핵심 생체 정보인 얼굴을 인증해야 휴대폰 가입이 가능토록해 명의 도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 한 것이다.
◇시장 혼선 우려
알뜰폰도 이같은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가입자 유치의 첫 단계인 안면인증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경우, 수익에 직격탄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 본지 실험 결과, 수차례 안면인증을 시도해도 인증되지 않는 이용자가 있었다.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시범 운영기간 안면인증 성공률은 50~60% 수준으로 전해졌다. 현재 상황에서 안면인증이 의무화될 경우, 시장에는 가입자 이탈, 가입 유보 등 일대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개통 작업은 주로 비대면 중심 채널로 이뤄지는 탓에 오류 대응도 제한적”이라며 “성형수술이나 조도 등 카메라 환경에 따라 안면인증이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일이 빈번한 상황에서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이 제한되면 시장 경쟁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생체정보' 뇌관 여전…신중한 설계 필요
과기정통부는 모든 사업자가 참여해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하면 인식률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목표인 3월 전면 시행 이전까지 모든 알뜰폰 사업자가 안면인증을 도입하도록 한 것도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짙다. 알뜰폰 사업자의 형평성도 고려했다.
업계에서는 보다 신중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체정보 인증에 따른 불안감과 시장 혼란 우려는 여전하다. 생체정보는 비밀번호와 달리 변경이 불가능한 비가역적 정보라 유출시 파급력이 크다. 과기정통부는 “일치율 여부에 대한 결과값만 저장하고 생체정보는 즉시 삭제된다”고 해명했다.
안면인증 실패 시 가입을 지원할 수 있는 대체 인증 수단 등을 한시 또는 장기적으로 도입할지에 대해서도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