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中'미투' 학생 운동, 검열에 맞서 블록체인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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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중국에서 '미투(MeToo)' 운동 확산에 나선 학생 운동가들이 정부 검열에 맞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24일(현지시간) 중국의 한 학생이 쓴 대학 내 성폭력 문제와 학교 측의 부당한 압력을 고발하는 게시물이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 올라갔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게시물 삭제 등 검열을 피하려고 지우거나 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이달 초다. 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베이징대학에서 20여년 전 지도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이 자살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후 같은 대학에서 성폭력 피해 사례 폭로가 이어졌고, 재학생을 중심으로 대학 당국의 정보 공개 및 정식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대학은 도리어 학생들 입에 재갈을 물리려 했다. 공개된 성명서에 따르면 대학 측은 학생들에게 정보 공개 요청을 파기하도록 강요했다. 또 학생을 집에 가둬두라고 가족에게까지 압박을 가했다는 내용의 성명서가 23일 공개된 것이다.

웨신(Yue Xin)이란 학생이 쓴 이 공개성명서는 온라인에 공개되자 빠르게 삭제됐다.

이에 따라 익명의 누군가가 성명서의 영문 번역본을 블록체인에 올렸다. 성명서를 '이더(이더리움 암호화폐)'거래에 첨부해 올렸고, 모든 거래 활동이 기록되는 분산원장에 게시됐다. 이 거래에는 불과 52센트가 들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일반인이 이더리움상의 게시물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이더리움 노드에 접근하거나 누군가 원장에 기록된 게시물을 복사해 다시 웹에 게시해야만 볼 수 있다. 한편 중국 당국 역시 게시물을 쉽게 삭제할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한 미디어플랫폼을 구축 중인 기업가 아이작 마오는 “상징적 사건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면서도 “분산형 미디어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사회 불안을 막기 위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미투 운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위챗' '웨이보' 등에서 성폭력 피해 사례 게시물을 검열하고 삭제하고 있다.

학생들은 정부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단어 순서를 바꾸거나 게시물 이미지를 거꾸로 올리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저항하고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